[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중대형 건설사들이 폐기물 처리업체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친환경 사업을 통해 ‘환경파괴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흐름 속에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늘어나는 의료 폐기물 처리에 나선 건설사도 등장했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최근 도시환경, 이메디원, 그린환경기술 등 3개 기업 인수를 위한 2000억원 규모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도시환경과 이메디원은 의료폐기물, 그린환경기술은 사업장 폐기물을 처리 기업이다.
폐기물은 크게 일상 생활에서 발생하는 생활 폐기물과 지정 폐기물, 사업장 폐기물로 구분된다. 사업장 폐기물은 다시 일반 폐기물과 폐금속 등 사업장배출시설폐기물, 건설폐기물, 의료폐기물 등으로 세분화된다. SK에코플래닛은 이번 3개 기업 인수를 통해 사업장폐기물 처리능력 국내 1위 지위를 굳혔다. 의료폐기물 하루 처리 능력도 139톤으로 늘어나 국내 2위 규모를 달성했다.
건설사들이 폐기물 처리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기본적으로 수익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폐기물 사업자 매출액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평균 7.3%의 성장세를 보였다. 통계가 처음 집계된 2016년 13조8000억원에서 2019년 17조1000억원까지 늘어났다. 같은 기간 사업체수는 6112개에서 6890개로 증가했고, 해당 산업 종사자도 6만6000명에서 7만4000명으로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전체 폐기물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사업장폐기물과 건설폐기물의 처리단가가 향후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폐기물은 경기 회복과 관련 규제에 따라 처리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반면 폐기물 처리 기업의 증가는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에 폐기물 시장이 2025년 까지 23조70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폐기물 처리 사업 인가를 받기 위한 시설, 장비, 인력 관련 정부 규제가 강화됐고, 지역에서도 기피시설인 폐기물 처리사업장을 환영하지 않아 신규 기업의 진입이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각시설은 950도 이상의 고온에서 폐기물을 태워야 하고, 소각 과정에서 발생한 열에너지 회수 문제도 있어 상당한 투자와 기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폐기물 사업은 한 번 자리잡으면 경기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경기 변동에 매출이 들쑥날쑥한 건설업의 매출 구조를 보완하기 적합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 또한 건설폐기물을 건설사에서 가장 많이 배출한다는 점에서 시너지 창출도 기대되고 있다. 폐기물 처리 수요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동남아 시장 진출이 밝은 점도 뻬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여기에 환경 파괴 기업이라는 이미지 탈피도 가능하다. 예컨대 폐기물 처리는 소각 과정에서 발생한 열에너지를 활용해 지역 난방 등에 활용함으로써 에너지순환생태계 형성에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관련해 안재현 SK에코플랜트 사장은 전통적인 건설업이 환경파괴 지적을 받는 데 아타까움을 느끼고 친환경 사업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폐기물 처리 사업에 뛰어든 건설사들의 향후 과제는 폐기물을 다시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리사이클(recycle) 기술 고도화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폐기물 처리 사업이 단가 경쟁에서 벗어나 해외진출까지 도전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며 “처리 사업의 경쟁력은 폐기물을 재활용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기술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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