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의원실이 국회입법조사처로부터 받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서울 아파트 총 2만4439동 중 사용승인일로부터 30년이 지난 아파트는 4124동으로 전체의 16.8%였다. 30∼40년은 3097동, 40∼50년은 854동이었고, 50년이 넘은 아파트도 173동 있었다. 노후 아파트 비율은 최근 5년 새 높아졌다. 30년이 넘은 아파트 비율은 2016∼2020년 14.4%, 16.6%, 17.2%, 16.8%, 16.9% 순으로 변했다.
자치구별 30년 넘은 아파트가 가장 많은 자치구는 노원구로 615동으로 집계됐다. 이어 송파구 453동, 양천구 449동, 강남구 416동, 서초구 309동 등이었다. 50년 넘은 아파트는 용산에 74동이 몰렸고 영등포구 31동, 중구 12동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대규모로 공급됐던 아파트들이 준공 30년 차를 넘기는 가운데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부진으로 인해 서울 내 아파트가 급격히 노후화하는 모습이다.
이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재개발‧재건축으로 갈지, 리모델링 사업으로 개발을 할지 고민이 많은 모양새다. 현재 서울에서 준공된 지 20~30년이 된 아파트들은 대체로 최고층이 15~25층인 ‘중층 아파트’다. 과거 5층짜리 저층 아파트와 달리 용적률이 높기 때문에 사업성 측면에서 봤을 때 재건축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층 아파트의 경우 저층 아파트 대비 일반분양 물량이 많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냈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부동산정책이 추진을 얻고 있지 못하면서 재건축은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김현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의 자진사퇴로 SH사장 공백은 장기화되고 있다. 또한 계속된 서울 집값 상승으로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 재건축이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러하자 서울의 상당수 노후 중층 아파트들이 리모델링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리모델링 사업이 가능한 건축 연한은 준공 후 15년이다. 30년인 재건축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서울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는 90개단지, 총 72656가구에 달한다. 이들 단지는 대부분 1990~2000년 초반 준공됐다
세부적으로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1753가구), 강서구 가양동 강변3단지(1556가구), 서초구 잠원동아(991가구), 강서구 강변3단지(1556가구), 성동구 벽산(2921가구), 송파구 쌍용1차(2064가구), 송파구 시영(1316가구), 양천구 목동우성2차(1140가구), 용산구 한가람건영2차(2036가구), 중구 남산타운(5150가구) 등 50여 곳에 이른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시민들이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을 많이 했다. 리모델링을 하는 단지는 소규모 단지였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재건축 규제도 있고, 시민들 의식도 바뀌어서 규모가 있는 단지에서도 리모델링 사업에 관심을 가진다”고 말했다. 이어 “리모델링이 인기있는 이유는 규제에 있어 재건축보다 자유롭기 때문”이라며 “결국 사업은 조합이 결정한다. 기존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도 공사기간 등을 고려해 사업성을 따져서 재건축이 유리한다면 이쪽으로 선회하지 않을까”라고 더 많은 참여를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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