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는 지난 5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공개했다. 제시된 3가지 안은 △화력발전소 최소 7기만 유지하는 등 기존 체계를 최대한 존중해 2050년 온실가스 총배출량 2540만t 감축하는 1안 △화력 발전을 중지하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예비로 가동해 1870만t 감축을 목표로 하는 2안 △화력·LNG 발전 모두 중단하고 신재생발전으로 완전히 전환해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3안이다. 최종적인 탄소 절감 비율은 다르지만 2018년 대비 90% 이상 탄소를 줄어야한다는 사실은 동일하다.
이같은 정부의 시나리오 안에 철강업계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탄소 중립의 취지와 방향성에는 크게 공감하지만, 현실성 없는 대안이 포함돼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정부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100% 도입해 코크스 생산용 유연탄을 수소로 대체하고, 기존 고로는 모두 전기로로 대체하자는 철강업계 탄소 중립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아직 초기 개발 단계로 상용화까지 얼마가 소요될지 알 수 없으며, 전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수소환원제철을 100% 도입한 사례는 없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소환원제철은 아직 초기 개발 단계로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며 “언제 상용화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너무 높게 목표치를 잡은 것 같다며 향후 상용화된다고 하더라도 현장에 적용하기까지는 많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기로가 고로를 100% 대체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전기로는 철스크랩(고철)을 사용해 불순물이 함유될 가능성이 커 순도가 높은 고급 강판을 제조할 수 없는데 기존 고로를 모두 대체한다는 것은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는 것이다. 결국, 고로 없이 전기로만으로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강판이나 선박용 후판을 만들 수 없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다들 말을 아끼지만 철강업계에서는 현실을 간과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며 “정부는 전기로가 고로를 대체 가능하다는 사실을 전제로 시나리오를 작성했는데 전기로와 고로는 대체관계가 아닌 보완관계로 혼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공정 전환에 소요되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함께 전환된 전기로를 가동하기 위한 대규모의 전기비용도 걱정거리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석탄 등 화석연료가 아닌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마련하고 공급해야 하는데 아직 국내에는 이를 충당할 만큼의 신재생에너지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지 않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을 위한 초안이기 때문에 대폭적인 수정도 가능할 거라고 본다”며 “철강업계의 현실적인 의견을 받아들여 최종 발표안에는 구체적인 가이드안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는 9월까지 대국민 의견수렴을 걸친 후 10월 말 최종 정부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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