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주열 총재 “기준금리 올려도 실물경제 부담 없을 것”

[일문일답] 이주열 총재 “기준금리 올려도 실물경제 부담 없을 것”

“델타변이 확산, 소비 부정적 영향…회복세 저하는 아니야”
“역대 최저금리로 경제활동 위축 막았다 생각해”

기사승인 2021-08-26 15:40:26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실물경제의 기조적 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 직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오전에 정례회의를 열고 현행 연 0.50%인 기준금리를 0.25%p 올려 연 0.75%로 인상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2018년 11월 이후 2년9개월 만에 있는 일이다.

이와 함께 이 총재는 “부채의 함정을 정의해본다면 금리를 올렸을 때 이자 부담이 과도해진다든가 소비나 투자의 위축을 초래하는 상황”이라며 “지금 경제주체의 이자 부담 능력, 소비 여력, 가계 저축 정도 등을 보면 이런 부채의 함정에 빠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현 한국경제의 상황을 진단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 일문일답이다.

-기준금리 0.25%p 인상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꺾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도 있다. 특히 부동산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경제주체들의 차입 비용이 커지고 위험선호 성향을 다소 낮추게 되기 때문에 이를 통해서 가계부채 증가세나 주택가격 오름세를 둔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집값은 정부의 주택정책, 수급 상황, 경제주체들의 앞으로 자산 가격을 향한 기대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통화정책 접근도 필요하지만 여러 가지 정부 정책이 같이 효과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현 수준 가계부채가 추가 금리 인상이 어려워진 부채의 함정 상태는 아닌지.

▶부채의 함정을 정의해본다면 금리를 올렸을 경우에 이자 부담이 너무 과도해진다든가 금리를 올리면 소비나 투자의 위축을 초래하는 상황일 것 같다. 지금 경제주체의 이자 부담 능력이나 소비 여력, 가계 저축 정도 등을 보면 이런 부채의 함정에 빠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늘 금통위 직전까지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반반으로 엇갈렸다. 한은이 추가 인상에 나설 것이라면 시장과 더 소통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소통이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 나름대로 의사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5월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처음으로 금리 정상화의 필요성을 밝혔고 이후 6월 창립기념사, 물가설명회가 있었다. 지난달 기자간담회, 여러 보고서 등을 통해서 충분하게 시장에 통화정책 방향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코로나19 4차 유행이 올해 성장률에 얼마나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는가

▶델타 변이 확산은 소비에 분명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다만 우리 경제의 기조적인 회복세를 저해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 카드 지출액, 이동량 등 고빈도 지표로 보면 대면 서비스 관련 카드 지출액이나 이동이 감염병 초기였던 작년 봄과 비교하면 감소 폭이 상당히 적다.

-최근 일부 은행이 담보대출 신규 취급 중단, 신용대출 한도 축소 등에 나섰다.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은 여기에 어떤 영향을 줄까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당연히 차입 수요를 제약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민간신용의 과도한 증가세를 완화하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대출금리가 오른다고 하더라도 경제주체들의 자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거나 주택수급에 대한 우려가 있으면 그것도 대출, 차입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금리 하나로 모든 것을 좌우하는 건 아니지만 금리 효과는 그런 차입수요를 제약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금리 인상으로 소비에 부담을 주면 성장률 하락 요인이 되지 않나.

▶이론적으로는 금리를 올리면 소비가 줄어든다. 하지만 최근의 금리 수준이 여러 가지 경우를 보더라도 여전히 완화적이다. 한은의 초저금리 기조가 금융 불균형을 가져왔다는 지적도 있지만, 일부는 실업을 해소하는 등 도움을 줬다는 평가도 한다. 

-역대 최저금리가 경제에 가져온 양면적 평가를 어떻게 보나

▶금리를 대폭 낮췄던 작년 상황을 살펴보면 그때는 소위 ‘R 공포(심각한 경기침체)’라고 해서 경제활동이 과도하게 위축될 가능성이 아주 컸던 시기다. 그럴 때 금리를 낮춰서 차입비용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경제활동의 과도한 위축을 막는 데 분명한 기여를 했다. 반면에 아주 이례적인 완화의 여건이 1년 반 정도 지속되다 보니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고, 대표적인 것이 금융 불균형이다.

-한국의 하반기 물가 전망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지

▶현재 물가상승률 수준이 과도하게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수요 측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또 생각보다 높은 수준의 물가가 기존 예상보다 길게 갈 가능성은 없는지 보고 있다.

-최근 여러 연구기관이 한국의 잠재성장률 전망을 크게 낮췄다. 잠재성장률 하락을 해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제통화기금(IMF) 등 여러 기관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한은도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만큼 잠재성장률을 다시 추정해 봤다.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 잠재성장률 수준은 2%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추정한다. 2∼3년 전 추정한 2.5%보다 많이 낮아졌다. 주된 요인은 인구구조 변화이고, 여기에 코로나19 영향으로 고용 충격, 생산성 저하가 나타났다.

일차적으로는 코로나19가 남긴 지속적인 영향인 ‘상흔 효과’를 빨리 최소화해야 한다. 또 앞으로의 경제구조 변화에 신속하고도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신성장산업 지원을 과감히 강화하고, 기업의 투자 여건을 개선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투자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나가지 않으면 경제 성장률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 또 고용과 관련 여성과 청년의 경제활동을 높이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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