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둘의 연인관계를 다른 사람에게 알렸다'는 이유로 남자친구에게 맞아 숨진 20대 여성의 어머니가 방송을 통해 폭행 당시 폐쇄회로(CC)TV와 딸의 이름 그리고 얼굴을 공개했다. 데이트폭력'이 아닌 '살인'이라며 절규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온라인상에서는 피해 여성을 향한 애도와 가해자인 남자친구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27일 맘카페 등 온라인상에서는 '마포 데이트폭력 사망 사건'에 대한 애도와 청원 독려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마포 지역 맘카페에 "함께 일하셨던 부장님이 (피해 여성의) 어머니"라며 "무남독녀 외동딸이 데이트 폭력으로 뇌사상태서 3주간 사경을 헤매다 결국 하늘의 별이 됐다"고 전했다.
피해 여성인 25살 황예진씨의 어머니 A씨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청원글을 공유한 그는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대한민국의 여자로 데이트 폭력에 관한 엄중한 처벌로 근절될 수 있었으면 한다"며 참여를 독려했다. 그러자 "마음이 너무 아프고 안타깝다" "살인죄로 죗값을 받으면 좋겠다"는 댓글이 달렸다.
다른 맘카페에서도 청원 독려하는 게시글이 잇달아 게재됐다. 누리꾼들은 "부모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나" "꼭 벌을 받게 해야 한다" "딸의 얼굴까지 공개한 엄마의 심정이 감히 상상도 되지 않는다"며 엄중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전날 황씨의 어머니 A씨는 SBS '8 뉴스'에 폭행 장면이 담긴 CCTV 등 공개하며 사건의 정황을 낱낱이 밝혔다.
사건은 지난달 25일 발생했다. CCTV 영상에 따르면 B씨는 황씨를 벽에 수차례 강하게 밀쳤고 이에 황씨는 맥없이 쓰러졌다. 이후 정신을 차린 황씨는 B씨와 오피스텔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잠시 뒤 황 씨가 엘리베이터 바닥에 쓰러진 상태로 정신을 다시 잃은 듯한 모습이 나타났다. B씨는 황씨의 상체를 잡고 질질 끌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영상까지 담겼다.
B씨는 의식을 잃은 황씨를 건물에 두고 119에 신고도 했다. SBS를 통해 공개된 119 상황실 신고 녹취록에서 A씨는 "(황씨의) 머리를 제가 옮기려다가 찍었는데 얘가 술을 너무 마셔가지고 기절을 했다. 머리에서 피가 났다"고 말했다.
병원에 간 황씨의 부모는 혼수상태로 누워있는 딸을 마주해야 했다. 황씨가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동안 법원은 "도주 가능성이 낮다"며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사건 발생 3주만인 지난 17일 황씨는 세상을 떠났다.
경찰은 현재 살인의 고의성을 아직 확정하기 어렵다며 상해치사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유족은 살인죄 적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A씨는 딸의 억울한 죽음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국민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딸의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은 지난 25일 올라와 이날 오후 2시15분 기준 25만3719명의 동의를 얻었다.
A씨는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딸은 첫 월급을 받고 엄마, 아빠, 외할머니 선물을 뭘 할까 고민하던 착한 아이. 이 모든 것이 꿈이라면 좋겠다"며 "가해자는 운동을 즐겨하며 응급구조사 자격증이 있는 건장한 30살 청년"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해자가 말하는 폭행 사유는 어처구니 없게도 '불의 연인관계를 다른 사람에 알렸다'는 것"이라며 "이대로 넘어간다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같은 사건이 생겨나고 억울하게 죽어갈 것이다. 아이나 여성 등 약자에 가하는 폭력은 곧 살인과 다름없다. 여성을 무참히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자의 구속수사와 신상공개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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