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법원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 취소 행정소송에서 손태승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중징계한 금감원이 법령상 허용된 범위를 벗어나 처분 사유를 구성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승소에 따라 은행·증권사 CEO들의 거취나 향후 금감원의 감독 방향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27일 오후 손 회장이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문책경고(중징계)’를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낸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승소 판결했다.
법원 “금감원, 징계 근거 법리 오해 해석…적용 잘 못해”
이번 판결은 금감원이 DLF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를 내리면서 시작됐다. 금감원은 손 회장이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의 내부통제기준 마련을 미비하게 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DLF는 독일·영국·미국의 채권금리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파생결합증권)를 편입한 펀드들를 말한다. 이들 국가의 금리가 예상과 달리 급락하면서 2019년 8월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를 불러왔다. DLF 피해 투자자는 3243명으로 투자금액은 795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법원은 금감원의 이같은 결정이 법령상 허용된 범위를 벗어났다고 봤다. 금감원이 제시한 5가지 처분사유 중 ‘금융상품 선정 절차 마련 의무 위반’ 만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법원은 “금감원이 법리를 오해해 법령상 허용된 범위를 벗어나 처분 사유를 구성한 탓에 (제재가) 인정되지 않게 됐다”며 “현행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위반이 아낸 내부통제기준 등 준수의무 위반을 이유로 금융회사나 임직원에 대해 제재 초치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법원은 “우리은행과 손 회장이 내부통제를 소홀히 했는지 여부는 제재 사유도 아니고, 재판에서 문제된 쟁점도 아님을 분명히 한다”며 “금감원이 잘못된 법리를 적용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의 해석, 적용을 그르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손 회장 연임길 열렸다…은행·증권사 CEO들도 영향 줄 듯
이번 판결에 따라 손태승 회장이 금감원으로 받은 중징계 판결에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금감원은 DLF사태의 책임을 물어 손 회장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 처분을 내렸다. 문책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과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또한 이에 따라 금감원이 비슷한 근거로 다른 금융사 CEO들에 대해 내린 제재들도 이번 판결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DLF사태를 넘어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연관된 금융사의 CEO들도 금융위원회 제재안 의결이 대기 중인 만큼 중징계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하나금융그룹의 경우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역시 손 회장과 같은 이유로 금감원과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법원의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고객 피해 회복이 가장 시급하다는 판단 하에 금감원 분쟁조정안들을 즉각 수용했으며, 대다수 고객 보상을 완료하는 등 신뢰회복 방안을 성실히 추진했습니다”며 “앞으로도, 철저한 내부통제와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마찬가지로 법원의 결과를 수용하지만, 항소 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은 27일 오후 진행한 ‘우리은행 파생결합펀드(DLF) 소송 결과 관련 온라인 질의·응답’에서 “우리은행의 DLF 판매 관련 제재처분 취소소송에 대한 사법부의 1심 판결을 존중한다”며 “판결문이 입수되는 대로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판단기준 등 세부 내용을 면밀하게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감원은 향후 해당 재판과 유사한 DLF 관련 소송과 관련된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라임자산운용·디스커버리·헤리티지·헬스케어 펀드 등 사모펀드 환매 중단과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하나은행 제재심 판단에 대한 질문에 “제재심 진행 중인 건은 제재심 위원들의 판단이 중요하다”며 “위원들의 판단을 감안해 처리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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