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윤 타투이스트유니온 지회장 “타투이스트 모두 안전한 작업하게 되길”

김도윤 타투이스트유니온 지회장 “타투이스트 모두 안전한 작업하게 되길”

1992년 대법원 판례로 여전히 ‘불법’… “국민 4명 중 1명 타투·반영구문신 받은 게 현실”

기사승인 2021-09-01 05:00:04
김도윤 타투이스트유니온 지회장은 타투의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노상우 기자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브래드 피트, 스티븐연 등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의 타투 작업을 진행해온 김도윤 타투이스트는 “국내 모든 타투이스트가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으려면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타투 시술을 직업으로 삼은 지 15년. 유명한 셀럽, 연예인 등의 몸에 그림을 새기는 작업을 수도 없이 해왔다. 하지만, 국내에서 타투 시술이 법제화되지 않아 늘 법적 약자라는 전제하에 작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김 지회장은 누구보다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연구했고, 노하우도 갖췄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타투이스트들은 그렇지 못했다. 법적 분쟁에 시달리기도 하고, 이러한 일이 반복돼 목숨을 끊는 일도 발생해왔다.

최근 종로의 한 작업장에서 만난 김 지회장은 “단순히 한국에서 사람의 피부에 그림을 그리기로 정했다는 사실 때문에 감옥에 가고 벌금을 낸다. 어제의 미대생이 오늘의 전과자가 되기도 한다”며 “전 세계 보편적인 눈높이에서 보면 황당한 일이 대한민국에서는 아직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지회장은 ‘더 이상 나 혼자 안전하게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겠구나’ 생각하고 노동조합을 만들어 타투 법제화 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정당한 노동을 하는 문화예술 노동자에게도 노동의 대가가 따라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이상적인 울타리를 통해 하나의 연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타투이스트유니온을 설립했다. 현재까지 타투유니온의 조합원은 650명이 모였다.

국내에 타투, 반영구문신 등을 직업으로 삼는 이들은 20만명 가까이 된다. 하지만 직업으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92년 대법원의 판례 때문이다. 당시 대법원은 눈썹 문신(타투)을 포함한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판단했다. 이 판례로 인해 지난 30여년간 우리나라에서 타투이스트들의 타투 시술은 ‘불법’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김 지회장은 “대법원에서의 판례 때문에 타투가 의료행위라는 궤변에 빠져 있다”며 “웃어야 하는 궤변에 불과한데, 문화 지체까지 이어지게 됐다. 정부는 타투에 대해 직업 코드도 발급하고, 사업자등록도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영리 행위를 목적으로 타투 등을 시술하게 되면 의료법 위반을 이유로 벌금을 내거나 징역형을 받게 된다. 사법과 행정의 충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타투와 관련된 법안은 12년째 국회에서 묶여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심사조차 하지 않았다”며 “상임위원회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타투 합법화를 무력화시켰다. 법이 없어서 지켜야 하는 규정도 없다 보니 소비자도 위험에 노출된다”고 우려했다.

타투의 합법화가 이렇게 미뤄지는 것에 대해 김 지회장은 의료계의 방해가 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우리는 국민 여론도 끌어오고, 최대한 시끄럽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걸 무마하려는 의료계는 전화 한 통으로 넘길 수 있다. 한 대한의사협회 관계자가 ‘화공약품’을 몸에 주입하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서 인체에 무해하다는 판정까지 받은 제품을 화공약품이라고 하는 건 무식한 발언이다. 타투를 영업하는 병·의원에서도 같은 잉크를 쓰고 있다.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발언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타투 법제화를 반대한다고 하는데 되게 비열하다고 본다”라며 “어떤 의사도 개인적으로 만나면 타투가 의료행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타투가 안전하려면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타투가 치료행위인가. 타투를 의료라고 얘기하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국회에서는 타투 합법화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21대 국회 들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각각 타투와 관련한 법안을 발의했다. 김 지회장은 “법과 제도를 만든다고 국가가 타투를 권장하는 게 아니다. 법이 생겼다고 타투할 생각 없는 사람이 타투를 한다는 생각은 말이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4명 중 1명이 반영구문신이나 타투를 가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 문화를 누리는 데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위험성이 있다면 국가가 책임을 법제화를 통해 제도권 안에서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타투 시술을 하고 있는 김도윤 지회장.   사진=타투이스트유니온 제공

지난해 김 지회장이 유튜브에서 한 연예인에게 타투를 그리는 모습을 본 네티즌이 불법 행위라며 의료법 위반으로 신고했다. 그는 “작업하는 과정이나 결과에 문제가 없었고 소비자도 만족해 친필로 탄원서까지 넣어줬다”며 “이 재판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재판이다. 귀책사유가 없는 상황에 과연 타투가 의료행위인지 아닌지에 대한 법리만 다투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에서도 유사한 재판이 있었고 결국 무죄판결을 받으며 동일한 판례가 사라졌다. 그게 상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5월28일 첫 변론이 있었고, 7월에 최종선고를 하기로 했는데 재판이 계속 뒤로 미뤄지고 있다. 아무래도 30년간 단 한 번도 무죄를 내린 적 없는 만큼 고민하는 게 아닌가 싶다. 재판을 담당할 김영호 판사의 지혜로운 판결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해당 재판은 9월10일 열릴 예정이다.

nswreal@kukinews.com
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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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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