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고 일주일째 부정출혈, 공포 끝나길" 속 타는 여성들

"백신 맞고 일주일째 부정출혈, 공포 끝나길" 속 타는 여성들

백신 이상 증세 신고 항목에 여성질환 포함 안돼
美CDC, 생리불순 등 이상 반응 잠재적 부작용 확인

기사승인 2021-09-01 15:26:53
만18~49세 사전예약자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6일 서울 관악구의 한 병원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위해 줄 서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생리 이상증세를 겪는 여성들의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생리 장애 현상은 백신 부작용 신고 항목에 포함되지 않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일 생후 16개월 자녀를 둔 이모(33)씨는 "화이자 접종 후 부정출혈이 시작된지 일주일째"라면서 "접종 후 이상 반응으로 의심돼 신고했는데 (질병청으로부터) 개인병원이라도 가보라는 답변을 받았다. 접종한 병원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어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대학병원으로 가보라고 하더라. 출혈이 멎으면 (대학병원에)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접종 이상반응으로 의심되도 일반인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니 답답하고 두렵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20일 화이자 백신을 맞은 주부 김모(42)씨도 "생리주기임에도 하지 않은 지 열흘이 넘었다"며 "접종 후 입맛이 없고 기운도 없는데 백신 부작용인지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코로나 백신을 접종한 일부 여성들은 김씨와 같이 생리불순, 부정출혈 등 이상 반응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에선 이런 내용의 경험담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상 증상도, 백신 종류도 제각각이다. 한 누리꾼은 지역 맘카페에 "아스크라제네카 1차 맞고 50일 넘게 생리를 안했다"고 했다. 또 "생리 양이 평소보다 많이 줄었다" "생리 양이 줄고 기간이 늘었다" 등 생리불순을 호소하는 의견이 있었다. 

또 다른 한 누리꾼은 온라인 카페에 "화이자 백신을 맞고 예정일이 6일이나 남았는데 생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들 사이에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 후 하혈이 심해 고생했다" "화이자 맞고 생리가 아닌 부정출혈이 생겼다" "생리가 끝난 상태에서 모더나 백신 맞았는데 일주일 후 부정출혈이 생겼다" 등 부정출혈을 호소하는 반응도 많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달 31일 '여성 부정 출혈을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여성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생리 주기가 아닌데도 부정 출혈이 발생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면서 "병원에 가면 피임약을 처방해주거나 타이레놀을 복용하라는 말만 들을 뿐 코로나19 부작용으로 인정받기는커녕 신고조차 받아주지 않아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많은 여성들이 접종 후 부정출혈이 발생했다는 내용이 많다"면서 "연관성에 대한 사례 연구도 없고 신고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은 의료계와 정부가 인류의 절반인 여성이 겪는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례 연구를 위해서라도 생리 장애를 백신 접종 후 이상증세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실제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 홈페이지의 이상반응 신고항목을 살펴보면 생리장애와 같은 여성질환 관련 항목은 포함돼 있지 않다. 항목은 △발열 △접종부위의 통증 △접종부위 부기나 발적 △메스꺼움 △두통·관절통·근육통 △피로감 △두드러기 등 알레리그 반응이 포함돼 있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백신을 맞은 여성들이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지만, 인과성과 관련해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방접종도우미 캡처
앞서 미국 매체 쿼츠는 지난달 11일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생리 주기 변화는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음에도 일관되게 무시된 부작용"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미국 일리노이대 연구진인 케이트 클렌시와 워싱턴대의 케서린 리는 여성 14만여명의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 19 백신이 여성의 생리 주기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사례 중에는 폐경 여성이 출혈처럼 생리를 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여성들의 생리 반응에 대한 자체 조사에 나섰고, 여성의 생리불순 등을 잠재적인 부작용으로 확인했다. 다만 백신 접종으로 불규칙한 생리 이상 등 부작용은 대개 일시적이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오히려 스트레스, 연령, 약물, 질병, 식단, 운동습관 등 다양한 요인이 생리 주기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한다. 

호주 ABC뉴스는 아델레이드대학교 사라 로버트슨 교수를 인용해 "어떤 사람에게는 백신 접종 자체가 스트레스를 주거나 불안을 유발하는 경험이 될 수 있다"며 높은 스트레스는 난소 기능을 조절하는데 도움이 되는 뇌 호르몬 수치를 억제해 월경 주기를 방해한다고 설명했다. 인과성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안전과 효과성이 인증된 코로나 백신을 맞지 않을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조은희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안전접종관리반장은 지난 5월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생리와 관련해선 3~4월부터 일부 논문이나 언론 기사로 자궁 출혈, 불규칙적 월경, 월경 과다 등의 보고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의료진의 진료로 신고가 들어와야 하는데, 저희 쪽에 신고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모더나,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백신이 다양한 만큼 저희도 이런 부분에 좀 더 관심을 두고, 새로운 백신이 들어올 때나 향후 특정 대상에게 문자를 발송할 때 관련 질문을 넣어 모니터링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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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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