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도 의문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은행의 대출상품의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의 대출금리가 오르면 우수 대부업체들이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해도 손해액을 메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부, 대부업 위축 막기 위해 인센티브 부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30일 아프로파이낸셜대부, 리드코프 등 21개 대부업체를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자로 선정했다. 이들은 최근 3년간 영업 중 대부업법 등 금융관계법령 위반 사실이 없고 저신용자 개인신용대출이 100억원을 넘거나 대출잔액 대비 비중이 70% 이상인 곳이다.
우수 대부업자는 지금보다 낮은 금리로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게 된다. 대부업체는 현재 저축은행, 캐피털 등 연 5~7%에 돈을 빌려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게 되면 연 2~3%로 이자 부담이 절반가량 줄어든다.
금융당국은 저신용자에 대한 자금 공급이 지속될 수 있도록 대부업체에 인센티브를 부여했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하면서 영업이 어려워진 대부업체들이 저신용자 대출을 축소하고 있다. 저신용자의 자금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경비 절감 등 인센티브를 부여했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최고 금리가 낮아지면서 대출이 줄어드는 등 대부업계는 경직돼 있는 상태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부업 대출 잔액은 14조5000억원으로 전년(15조9000억원)보다 1조4000억원 감소했다. 대부업 이용자 수는 지난해 말 138만9000명으로 전년(177만7000명) 대비 38만8000명 줄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법정 최저금리가 낮아지면서 손실을 본 대부업체들이 대손비용을 줄이기 위해 신용평가를 더 까다롭게 하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신용등급 7등급이 주 고객층이었다면 지금은 6등급까지 올라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1‧2금융권 대출 축소…소비자, 대부업으로 몰리나
1‧2금융권의 대출 축소와 맞물리면서 소비자들이 대부업체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최근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해 시중은행과 카드,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 대출 규제를 가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1‧2금융권은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이내로 줄일 예정이다. 이에 돈이 더 필요한 소비자들은 대부업체에 손을 뻗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민금융연구원이 2019년 발표한 ‘대부업·사금융시장 이용자 및 업계동향 조사 분석’에 따르면 대부업 이용자 379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대부업에서 돈을 빌리려는 목적으로 ‘필요자금을 금융기관에서 충당할 수 없기 때문’(63.5%)이라고 답했다.
응답자 별로는 공무원(54.0%), 자영업자(52.5%), 50대(51.2%), 신용등급 7등급 이하(‘모름’ 포함)(44.9%) 등이 제도 금융회사에서 필요자금을 충당할 수 없어 대부업체를 주로 이용한다고 말했다.
대부자금 용도는 ‘주거관리비 등 기초생활비가’ 64%를 차지했으며 ‘신용카드대금 등 다른 부채 돌려막기가’ 44%, ‘창업 등 사업자금’은 11.2%로 나타났다.
이 설문조사는 2018년 법정 최고금리가 27.9%에서 24%로 낮아지면서 대부업 이용자들의 경향을 분석하기 위해 진행됐다. 올해 7월 7일 법정 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지난 2018년보다 감소폭이 큰 만큼 더 높은 경향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코로나19 장기화로 돈이 필요한 사람들은 많은데 1,2금융권의 대출을 막아 돈을 빌릴 수 없게 됐다. 당장 돈이 필요한 소비자들은 고금리라도 대부업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라면서 “고금리로 빌리지 않아도 될 사람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업 대출이 워낙 고금리고 대출금액도 적어 고신용자가 유입될 확률은 적다는 주장도 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1금융권과 대부업의 금리 차이가 커 이를 감수하는 사람들은 적을 것”이라면서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는 사람들은 보통 1000만원 이상 받는다. 대부업 신용대출은 보통 1000만원 미만이고 대개 생활 자금이다 보니 1금융권 소비자가 유입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은행 대출금리 올라…한은‧금융위 엇박자
은행의 대출상품 금리 인상과 대부업 대출 심사 일정이 겹치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은행 대출금리가 오르면 우수 대부업체들이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해도 손해액을 메울 수 있을지 미지수기 때문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에서 0.25%p 올린 0.75%로 결정하면서 주요 시중은행들의 예·적금 상품의 금리가 올라가고 있다. 대출상품 금리는 10월에 새로 나가는 주택담보대출부터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9월에 오르는 시중은행의 여신금리는 10월15일 발표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우수 대부업체를 선정하면서 은행권에 9월 중으로 내규를 개정하라고 주문했다. 그동안 내규상 대부업자 대출을 금지하거나 별도 절차를 둬 사실상 취급을 제한했던 일부 은행들도 우수 대부업자에게 대출을 허용하도록 내규를 완화하라는 것이다.
농협, 신한, 우리 등 13개 시중은행은 9월 중으로 여신 취급제한 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다. 이후 대부업자의 영업 현황, 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대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내규가 생긴다고 모든 우수 대부업자에 대출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대부업체가 신청을 하면 심사를 거친 후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규 개정이 끝나고도 2~3개월 후에야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한을 정해놓고 우수 대부업자의 대출을 받겠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대출을 진행할지 세부 계획에 자료가 나온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의 정책 엇박자로 보인다. 이미 기준금리가 올랐고 한 번 더 오를 것이 전망되는데 은행을 통해 조달비용을 낮춰봤자 상쇄될 것이다”라면서 “서민우수대부금융 우대정책은 이전부터 꾸준히 필요성을 제기해왔던 만큼 정책자체는 괜찮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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