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예·적금 상품의 금리가 올라갔다. 하지만 대출금리의 상승폭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의 영향도 있다고 하지만 여수신 상품의 금리 격차가 너무 커 특수한 상황을 노린 은행들의 ‘잇속 챙기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 모두 최근 예·적금 금리를 인상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 올리자 이를 반영한 것이다. 인상 폭은 시중은행 및 상품마다 개별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최소 0.05%p에서 최대 0.4%p까지 상향 조정했다. 다만 주요 상품군인 1년 만기 예금 상품의 금리 인상폭은 대체로 0.2%p에서 0.25%p 인상에 머물렀다.
반면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인상폭 이상으로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먼저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1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우리아파트론’과 ‘우리부동산론’의 우대금리 최대 한도를 0.3%p씩 축소했다.
신한은행은 6일부터 전세자금 대출금리를 0.2%p 인상했으며,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기존 연 2.77~3.87%에서 연 2.97~4.07%의 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3일부터 신규 코픽스(COFIX)를 지표금리로 삼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변동금리의 우대금리를 0.15%p 낮췄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대출금리가 0.15%p 오른 것과 같다.
그간 코로나19로 낮아졌던 대출금리는 어느새 최고금리 4%대를 넘어서게 된 셈이다. 실제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일반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지난 7월 기준 3.03~3.63%로 집계됐다. 1년 전 2.34~2.78%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대략 0.7%p~1.0%p 가량 올라간 셈인데, 여기에 기준금리까지 오르면서 한 번 더 대출금리가 올라가면서 4%대를 돌파하게 됐다.
시중은행에서는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금리 인상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짐에 따라 가계대출 총량 적정 관리를 위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상품의 우대금리를 없애다 보니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금리가 올라가게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해 잇따른 규제가 금융권에 적용되는 만큼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금융전문가들은 금융당국과 시중은행간 ‘동상이몽’ 속 대출 실수요자들만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올해 시중은행들은 공급 한계선에 도달하자 ‘대출 중단’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상황.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사실상 시중은행이 상반기 대출수요가 급증하자 이자수익 향상을 위해 대출을 최대한 늘렸고, 가계대출 규제 강화를 자초한 셈”이라며 “금융당국의 대출규제를 빌미로 금리를 올리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조 원장은 금융당국도 가계대출 규제를 강하게 요구한 만큼 시중은행의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기 힘든 환경이 조성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당국으로선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제어할 수 있고, 시중은행들은 이자수익이 늘어나는 만큼 이들에게는 이득이겠지만 대출 실수요자들에겐 부담만 늘어난다”며 “대출 수량을 인위적으로 줄이기보단 취약계층이나 자영업자 피해를 고려한 선별적인 규제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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