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축구, 선제골이 해결법

침대 축구, 선제골이 해결법

기사승인 2021-09-07 22:32:31
득점 후 환호하는 권창훈.   연합뉴스
[수원=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중동 특유의 ‘침대 축구’ 해결법은 선제골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7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레바논과 2차전에서 후반 15분 권창훈의 득점에 힘입어 1대 0으로 승리했다.

2경기에서 1승 1무(승점 4점)를 기록한 한국은 아직 경기를 치르지 않은 이란(승점 3점)을 제치고 A조 1위로 올라섰다.

지난 2일 한국은 이라크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0대 0 무승부를 거뒀다. 당시 이라크 특유의 ‘침대 축구(시간을 지연해 풀어가는 축구)’에 템포를 찾지 못하면서 졸전을 펼쳤다.

이라크전이 끝난 뒤 벤투 감독은 “심판진이 시간 지연 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줬으면 한다. 최종예선에서도 이런 일이 흔하게 발생하면 아시아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레바논도 침대 축구를 구사하는 국가다. 지난 2차 예선 당시에도 레바논은 틈만 나면 시간을 끌려고 했다.

고의로 쓰러져 시간을 끄는 레바논 선수단.   연합뉴스
이날 레바논은 무승부를 염두에 둔 모습이었다. 레바논 입장에서는 한국 원정 경기에서 비기기만해도 성공이었기에 작정하고 나왔다. 전반전부터 경기 중에 일부러 쓰러지면서 시간을 끌었다.

레바논의 모스타마 마타르 골키퍼는 공이 바깥으로 나가기만 하면 천천히 공을 가져와 킥을 처리했다. 전반 26분에는 이동경이 낮게 깔아 찬 슈팅을 막아낸 이후 갑작스레 어깨를 부여잡으면서 쓰러졌다. 의료진까지 투입하면서 시간은 지체없이 흘러갔다.

이날 레바논 침대 축구 백미는 전반 30분에 나왔다. 미드필더 왈리드 슈르가 큰 충돌도 없이 부상을 호소했다. 들것까지 경기장에 들어왔다. 경기는 3분 가까이 지연됐다. 슈르는 들것에 실려나가 터치라인을 벗어나자 벌떡 일어나 다시 경기장으로 뛰어 들어갔다.

한국 선수들은 침대 축구에 민감한 모습이었다. 전반전 막바지에는 흥분한 상태로 슈팅을 뻥뻥 때렸다. 득점과 연결되지 못하면서 0대 0으로 전반전을 마쳤다.

15분의 하프 타임 이후 한국은 진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후반 14분 침대 축구를 깨부셨다. 홍철의 침투패스를 받은 황희찬이 왼쪽 측면에서 땅볼 크로스를 올렸고, 권창훈이 니어 포스트로 쇄도해 원터치로 마무리했다.

다급해진 레바논 선수들은 다른 사람이 됐다. 조그마한 몸싸움에도 쓰러졌던 선수들이 실점 이후에는 격렬한 몸싸움을 먼저 걸었다. 공이 터치라인을 벗어나면 공을 직접 주워와 공격을 다시 시도하기도 했다. 더 이상 레바논의 침대 축구는 볼 수 없었다.

오히려 리드를 잡은 한국이 경기를 여유롭게 운영하기 시작했다. 수비지역에서 안정적인 패스를 주고받으며 상대를 끌어냈다. 골키퍼 김승규도 굳이 서두르지 않고 골킥을 처리하는 등 경기 템포를 늦추면서 레바논을 약올렸다. 결국 경기는 권창훈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낸 한국의 1대 0 승리로 막을 내렸다. 침대 축구의 해결법은 선제골임을 증명한 경기였다.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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