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삐끗한 국민의힘 ‘원팀정신’…“尹 사퇴해야” vs “함께 싸우자”

또 삐끗한 국민의힘 ‘원팀정신’…“尹 사퇴해야” vs “함께 싸우자”

野 대선주자들, 윤석열 ‘윤석열 청부고발 사태’ 놓고 신경전 가열

기사승인 2021-09-14 06:00:19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쿠키뉴스DB

[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윤석열 청부고발 의혹’ 후폭풍이 거세다. 이를 둘러싼 당내주자 간 입장도 팽팽하게 갈렸다. 국민의힘 내홍이 불거지면서 정권교체론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발단은 지난 2일이었다. 뉴스버스는 윤 후보의 측근인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송파갑 후보였던 김웅 의원을 통해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고 보도했다. 파장은 컸다. 베일에 싸였던 제보자가 등장했고, 압수수색·고발전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이번 의혹을 ‘정치 공작’으로 규정하며 총력 대응에 나섰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안에 대해 압수수색 과정에서 불합리한 점에 대응하고, 국정원장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입법부가 지적하는 것은 당의 책무”라며 “당이 매우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내 대선주자들의 입장은 엇갈렸다.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입장 차가 격돌한 모양새다. 연합전선을 바탕으로 공동 대응에 나선 이들이 있는 반면, 당이 특정 후보 문제에 휩쓸려선 안 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윤 후보의 사퇴론까지 거론됐다. 

일부 후보들은 ‘윤석열 리스크’가 당 전체로 번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의혹이 윤 후보와 김웅 의원 개인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진상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공동 대응에 나설 경우, 악재가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오른쪽)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장성민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지원방문에 나섰다.   연합뉴스

최근 야권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윤 후보와 투톱 체제를 달리는 홍준표 후보가 대표적이다. 그는 12일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우리당을 공범으로 엮으려고 짜는 프레임에 넘어가면 바보같은 짓”이라며 “제 문제도, 당 문제도 아닌 후보 개인 문제에 당이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일갈했다. 

홍 후보는 연일 ‘윤석열 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윤 후보에게 타격을 가함으로써 자신의 경선 승리 가능성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에게 지나치게 이목이 쏠리는 현상을 염두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의 총력 대응이 오히려 존재감을 입증하는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성민 후보도 사퇴론을 언급하며 힘을 실었다. 윤 후보의 의혹이 ‘정권교체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그는 “정권교체라는 대역사를 이뤄야 하는데 야권이 이런 하찮은 일로 대업을 망치면 안 된다”며 “윤 후보도 더 이상 당에 부담을 줘서는 안된다. 스스로 거취문제를 결정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반면 엄호에 나선 후보들도 있다. 그간 홍 후보와 비슷하게 견제 구도를 짰던 행보와는 다르다. 정권교체 실현을 위해 야권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기조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적극적인 우군은 최재형 후보다. 최 후보는 전날 윤 후보와 긴급 회동을 갖고 관련 의혹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최 후보는 “공수처가 야당의 후보를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한 것은 묵과할 수 없는 대선 개입 행위로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리는 폭거이자 유권자인 국민을 모독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유승민 후보도 힘을 실었다. 일명 ‘박지원 게이트’를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유 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가 박지원 국정원장을 만났다고 한다”며 “국정원장이 사건에 개입했다면 명백한 불법으로 공수처는 박 원장을 즉각 수사하라”고 주장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측근인 김웅 의원실을 압수수색하고 나선 데 대해선 “야당 의원에게 영장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법적으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입장이 다른 주자들 간 신경전이 고조되기도 했다. 원희룡 후보는 지난 11일 홍 후보를 향해 쓴소리를 냈다. 그는 “다른 후보의 위기가 나의 기회라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라며 “원팀 정신이 무너지면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하나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후보 측도 홍 후보를 겨냥해 원팀정신을 강조했다. 홍 후보의 행보가 정권교체 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그는 “홍 후보가 자신의 지지율에 도취해 권력의 압박을 받는 윤 후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소탐대실 행태”라며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대선후보와 국민의힘은 원팀으로 똘똘 뭉쳐 문 정권의 음험한 정치공작을 분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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