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호남대전을 앞둔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정세균 후보 사퇴’라는 변수가 생겼다. 그간 대세론을 증명한 이재명 후보와 역전극을 꿈꾸는 이낙연 후보 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민주당 심장부인 호남을 사로잡기 위한 정면승부에 돌입했다.
정 전 총리는 지난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경선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1차 선거인단 투표까지 누적한 결과 4.27%를 얻었다. 누적 지지율이 미미하지만, 파급효과를 무시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북 출신인 정 전 총리가 호남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호남 경선을 목전에 둔 시점인 만큼 정 전 총리의 표와 조직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호남은 대선 성패를 가르는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그동안 민주당 경선에서 호남이 선택한 인물이 대권을 잡으면서다. 호남 표심만으로 대통령이 될 수는 없지만, 호남 지지를 받지 못하면 대권 실현이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로 호남 지역은 대의원과 권리당원 수가 약 20만 명에 이른다. 전체 민주당 권리당원 가운데 30~40%를 차지한다. 충청권(7만6000명)의 3배에 달한다. 호남 성적표가 이후 서울, 수도권, 부·울·경 순회경선과 2·3차 국민 선거인단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바닥 민심이 요동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추석 연휴 등을 이유로 지역경선 사이 기간이 기존보다 늘어난 2주가 되면서다. 대선주자가 호남 민심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국 명낙대전은 재개했다. 이재명 후보는 호남에서 대세론을 확실히 증명하고, 이낙연 후보는 호남에서 선전해 반전의 계기를 만들겠다며 전력투구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 측은 호남 표심이 이길만한 후보에 몰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재명 캠프 주간브리핑에서 전북에 지역구를 둔 김윤덕 조직본부장은 “호남 현장에는 본선 경쟁력이 있는 후보를 지지하고 압도적으로 밀어줘야만 정권 재창출을 확보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흐름이 너무나 많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호남 표심 공략을 위한 시동도 걸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4일 광주전남 맞춤형 공약을 발표했다. 정 전 총리의 사퇴에 대해서도 “민주당의 보배 같은 원로라고 생각한다”라며 “정권 재창출과 민주당이 앞으로 가야 할 길에 향도 역할을 하실 어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재명 캠프 소속 현역 의원들은 일제히 호남행을 택했다. 호남 지역에서도 과반 득표를 해 결선투표 없이 대선에 직행하겠다는 목표를 위해서다.
반면 이낙연 후보는 호남의 선택이 ‘민주당다운 후보’를 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낙연 후보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2002년 호남이 위대했던 이유는 될 것 같은 이인제 후보가 아니라 대통령이 돼야 할 노무현 후보를 선택했기 때문”이라며 “민주당 대선 경선은 될 것 같은 사람이 아니라 대통령이 돼야 할 사람을 뽑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경영의 경험, 미래비전, 깨끗한 도덕성을 갖춘 준비된 후보가 민주당다운 후보이고, 대선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후보”라며 “호남과 부·울·경, 수도권이 중대 결단을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본선 경쟁력을 여론 조사상의 지지율이 아닌 민주당에 걸맞는 품격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정 전 총리와의 공통분모를 내세우며 지지 세력 껴안기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호남은 자신이 태어난 곳이자 정치적 기반을 닦은 고향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다만 전문가는 호남이 ‘이길 후보에 표를 몰아준다’는 전략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정 전 총리 역시 정권 재창출을 이룰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14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표했지만 정 전 총리 입장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밀어주는 게 정치적으로 이득”이라며 “호남 표심 역시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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