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업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했는데”…‘패션킹 사기’ 1000억대 피해

“부업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했는데”…‘패션킹 사기’ 1000억대 피해

피해자만 6000명 추정…몽키레전드·드래곤스타와 동일수법 ‘P2P 유사수신 사기’
투자업체가 합법업체·높은수익 약속 시 의심해볼 필요 있어

기사승인 2021-09-16 06:10:01
패션킹 거래 화면. 사진=패션킹 피해 제보자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알고 지내는 지인이 부업하는 마음으로 조금씩 하면 된다고 해서 시작했습니다. 투자를 워낙 모르다보니 이런것도 있구나 싶다는 마음에 적금에 있던 돈을 패션킹 회원가입 후 집어넣기 시작했습니다. 옷(가상 아이템)을 주고 받다 보니 돈이 쌓였는데, 이걸 출금하려고 하니 홈페이지 접속이 안됐습니다. 사기였던거죠”

지난해 7월 중국·한국에서 수천억원 규모의 피해가 추정되는 신종 유사수신 폰지사기(P2P사칭 사기)인 몽키레전드 사건이 터진 이후 약 1년이 지난 뒤 유사한 사건이 또 다시 발생했다. 지난 8월 말 ‘패션킹’이라는 P2P사칭 사기 사건이다. 사기 피해자들은 약 1000억원에 달하는 피해금액이 발생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패션킹 피해자 60여명이 사기업체의 수익 보장을 믿고 투자했다가 20여억원을 날렸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접수돼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유사수신 폰지사기 업체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나, 네이버 밴드 등 온라인 채팅방 중심 운영 수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P2P(개인간 직거래) 방식으로 투자가 진행되기 때문에 업체가 전혀 거래에 관여하지 않고, 가상 아이템 구매 후 판매 시 수수료를 수취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실체는 다단계와 폰지사기가 결합된 ‘신종 사기’다. 대표적인 것이 몽키레전드·드래곤스타 사건들이다.

피해자들의 제보에 따르면 패션킹이라는 P2P사칭 사기업체는 지난해 7월부터 활동 개시 이후 11월말에서 12월 사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운영기간은 8개월 가량인 것으로 보인다. 이전 P2P사칭 사기 사건들의 경우 운영 기간이 3개월을 채 넘지 못했던 것을 보면 이례적이다.

또한 패션킹은 금융당국에 정식으로 허가받은 업체이며, 실제 사무실을 운영하고 법인등록도 마쳐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사기업체 운영진들이 합법업체라고 홍보하는 전형적인 수법을 패션킹 운영진도 사용하고 있었다. 사진=피해자 제보

패션킹도 이전 P2P사칭 사기업체들과 마찬가지로 가상의 아이템을 주고 받으면 수익률을 제공해준다는 수법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한복’, ‘치파오’ 등으로 이름 붙여진 가상의 의상을 현금으로 대여한 뒤 3~5일이 지나면 추가 금액을 붙여 타인에게 매칭(판매)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홍보한 것.

홈페이지 운영 초기에는 정상적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실제 배당까지 이어지면서 수익을 얻는 투자자들이 나왔다. 이에 입소문을 타 패션킹은 규모를 키웠고, 한국과 중국 양 쪽을 합쳐 약 6000여명의 투자자들이 이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지난 7월29일 패션킹 운영진이 홈페이지를 통해 투자금은 현금이 아닌 사측이 발행한 가상화폐로만 환급받을 수 있게 하면서 많은 피해가 발생하게 됐다. 피해자들은 인원 규모만 약 6000명에 피해금액은 약 1000억원 가량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패션킹으로 수백만원의 피해를 입은 A씨는 “지인이 권유해서 들어갔는데 2주일도 안돼 홈페이지에 공지하나 올리면서 피해금액을 찾을 방법이 전혀 없게 됐다”며 “지금도 회사에서 코인으로 돌려준다거나 고소하지 않으면 돈을 돌려준다는 말만 믿고 버티고 있는 피해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이보의 이재욱 변호사는 “패션킹 사기는 지난해 유명했던 몽키레전드나 드래곤스타와 동일한 수법의 전형적인 P2P 유사수신 사기”라며 “다만 지난해 우후죽순처럼 나타났던 사기업체들보다 피해가 월등히 큰 것으로 추정되는 점이 이번 사건의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리딩방 사기나 P2P 유사수신들의 본질적인 부분은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는 것”이라며 “투자에서 높은 수익금을 보장한다는 것은 그만한 리스크가 있다는 점만큼은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