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TV와 OTT, 유튜브에서 방영 중이거나 방영 예정인 골프 예능은 TV조선 ‘골프왕’, SBS·웨이브 ‘편먹고 공치리(072)’, 티빙 ‘골신강림’ 등 10편 이상이다. 방송인 김구라를 앞세운 유튜브 채널 ‘김구라의 뻐꾸기 골프 TV’는 지난해 초 문을 열어 1년8개월여 간 8400만 뷰가 넘는 누적 조회수를 기록했다. TV 방송 중에는 ‘골프왕’이 인기다. 지난 5월 방송을 시작해 4~5%대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골프에 입문한 젊은 세대가 늘어 청년부터 장년까지 폭 넓은 세대에 소구할 수 있는 데다, 야외에서 촬영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감염 위험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 골프 예능의 강점이다. 팬데믹 장기화로 운동과 외출이 어려워진 시청자들에게 탁 트인 경관을 보여줘 대리 만족을 줄 수도 있다.
반면 일각에선 골프장을 배경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골프장이 오랜 시간 생태계 파괴 주범으로 지목돼 와서다. 골프장을 조성·유지하는 과정에서 산이 깎이고 오염물질이 인근으로 유입되는 등의 문제는 골프가 대중화된 2000년대 후반부터 불거졌다. 한 트위터 이용자(ys*****)는 “기후 변화, 아니 기후 대재난 시대에 지상파를 포함한 한국 채널들에서 새롭게 각광받는 예능 블루오션이 ‘골프장’ 배경이라니… 이게 참 가당한 일인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언론 보도를 보면, 지난 7월 부산에서 골프장에 인접한 양봉장에서 벌 100만 마리가 떼죽음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피해주민들은 골프장에서 소나무 재선충 제거 작업을 위해 뿌린 농약이 양봉장까지 날아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달 앞선 지난 6월 강원 강릉 인근 바다에선 공군 표식이 새겨진 골프공이 무더기로 발견돼 논란이 됐다. 바다로 들어간 골프공은 코팅이 벗겨지고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해 생태계를 위협한다. 골프 예능이 외면한 어두운 이면이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 최영 활동가는 “골프장 내 농약 사용 및 잔류 문제는 환경단체의 꾸준한 문제제기와 자체 규제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줄어들었으나, 골프장 건립을 위해 산을 깎고 나무를 뽑는 등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태는 여전히 심각하다”면서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기후가 변했는데, 방송가는 환경문제에 경각심이 낮은 편”이라고 꼬집었다.
시청자와 전문가는 콘텐츠 제작자에게 더 세심한 ‘기후감수성’을 요구한다. 익숙한 예능 문법을 반복하기보다는 기후 위기 시대의 질문과 답을 함께 고민하길 바란다는 의미다. 이를 의식한 듯 KBS는 유명 배우들의 탄소중립 프로젝트를 다룬 예능 프로그램 ‘오늘부터 무해하게’를 다음 달부터 방송한다. 지난 14일 종영한 JTBC ‘바라던 바다’에선 제로 웨이스트, 해양 쓰레기 정리 등을 다뤘다. 최 활동가는 “방송은 시대상을 반영하고 트렌드를 이끄는 매체”라면서 “쉽고 편하게 방송을 만들기보단, 환경 문제 등 매체가 져야 할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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