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50억 원이면 치킨이 몇 마리야?”
쿠키뉴스가 만난 청년에게 들은 한탄 소리다. 정치인들의 ‘아빠찬스’가 또다시 청년들을 울렸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의 ‘아들’들을 둘러싼 분노가 꺼지지 않고 있다.
곽상도 무소속 의원은 26일 국민의힘에서 자진 탈당했다. 곽 의원의 아들 곽병채씨(32)의 ‘50억 원’ 퇴직금이 문제 되면서다. 곽씨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에 7년여간 재직한 뒤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이 일자 곽씨는 일한 것에 비해 ‘많지 않은’ 퇴직금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곽씨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배당금으로 소진되는 580억 원의 추가 공사비를 막은 공로 △업무 과중으로 인한 건강악화에 대한 위로 △7년간 근무한 공적을 인정 등을 언급한 뒤 “일 열심히 하고, 인정받고, 몸 상해서 돈 많이 번 것”이라고 타당성을 거듭 강조했다.
화천대유는 곽씨의 ‘산업재해’로 억대의 퇴직금을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는 27일 경찰 조사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저희(화천대유)는 기본 퇴직금이 5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며 “개인적인 프라이버시 관련이라 말씀드리기 곤란하지만 (곽씨가) 산재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에 온라인에선 풍자가 쏟아졌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넷플릭스 인기드라마 ‘오징어게임’을 패러디한 ‘오십억게임’ 포스터가 퍼졌다. 곽 의원이 소속됐던 당인 국민의힘 포스터를 ‘아빠의 힘’으로 바꿔놓은 이미지도 나왔다. 국내 30대 그룹 전문경영인들 사이에서 곽씨의 퇴직금이 전체 4위를 차지했다는 게시물도 인기를 끌었다.
곽씨와 비슷한 연배, 연차인 7년 차 직장인 A씨(35)은 “50억 원이면 치킨이 25만 마리다. 조선시대(1392~1910년)부터 매일 치킨을 한 마리(2만 원)씩 먹어도 돈이 남는다”며 “하도 허탈해서 계산을 해봤다. 지금 왜 출근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좋은 부모를 둔다면 하늘에서 돈이 떨어질 텐데”라고 토로했다.
취업준비생 B씨는(26) “취직한 친구들을 보면 몸이 상했는데도 직장을 못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 자발적 퇴직이면 실업급여를 못 받는다는 이야기 때문”이라며 “얼마 안 되는 퇴직금으로 새 직장을 구할 때까지 버텨야 하는 게 현실인데, 심한 박탈감을 느낀다. 누구는 평생 돈을 모아도 아파트 한 채 못 사고 누구는 50억 원을 받고 무력하다”고 했다.
한편 또 다른 ‘아빠찬스’ 논란에 휩싸인 인물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아들 장용준씨(래퍼 노엘·21)다. 장씨의 무면허 음주운전 사고로 청와대 국민청원에 장 의원의 ‘의원직 박탈’을 요구하는 게시물까지 올라왔다.
장씨는 지난 18일 오후 10시 30분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성모사거리에서 벤츠를 몰다가 접촉사고를 냈다. 이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신원 확인과 음주 측정을 요구하자 이에 불응하며 경찰의 가슴팍을 밀치고 머리를 들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경찰이 체포한 장씨를 귀가조치 시켰다는 점이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만큼 ‘구속수사’가 필요했다는 주장이 나왔고 국회 법제사법위원인 장 의원의 아들인 점을 고려해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25일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학생들은 서울과 부산에서 1인 시위를 하고 “경찰은 장용준을 집으로 돌려보낼 것이 아니라 당장 구속해야 한다. 구속되지 않는 것이야말로 ‘불공정 부모 찬스’”라며 “장 의원은 자식 문제를 책임지고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게다가 장씨가 잇단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에 발생한 무면허 음주운전 사고는 집행유예 기간 중 발생했다. 그는 지난 2019년에도 만취 상태로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냈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바 있다. 당시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해 큰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는 재난지원금 대상자를 조롱하는 발언으로 논란에 중심에 섰다. 지난 2017년 Mnet ‘고등래퍼’에 출연했을 당시 성매매 시도 의혹에 휩싸여 1화 만에 하차했다.
이에 지난 23일 한 청원인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장 의원의 의원직 박탈을 촉구했다. 청원인은 “장 의원 아들의 계속되는 범죄행위에 아버지로서 책임이 없다고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 장제원이 존재했기 때문에 이런 행위를 저지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살인행위를 하고도 반성하지 않는 아들의 자신감이 장제원 국회의원직의 권력에서 기인했다면 그 권력은 없어져야 한다”며 “그 권력을 이대로 놔두는 것은 범죄자에게 범죄의 원인을 제공해주는 것과 같다”고 촉구했다. 해당 청원은 28일 오후 6시 기준 16만6871명의 동의를 받았다.
논란이 이어지자 장 의원은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 캠프 상황실장직을 내려놨다. 장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가정이 쑥대밭이 됐다. 국민께 면목이 없고, 윤 후보께 죄송한 마음 가눌 길이 없다”며 “죄를 지은 못 난 아들이지만, 그동안 하지 못했던 아버지 역할도 충실히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