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000억원 쏟아붓지만··· 코로나의 그늘, 실종된 청년 일자리

매년 2000억원 쏟아붓지만··· 코로나의 그늘, 실종된 청년 일자리

지난 8월 15~29세 청년 실업률은 5.8%

기사승인 2021-10-08 06:00:28
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일자리 엑스포에서 구직자들이 취업설명회를 듣고 있는 모습.   쿠키뉴스DB

[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취업준비생 김모(26)씨는 최근 지원한 회사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몇 날 며칠 고민하며 쓴 자기소개서도 무용지물이었다. 한 달 용돈 30만원으로는 구직활동과 생활비를 충당하기 버거웠다. 연애는 물론 친구들과 만날 여력도 사라졌다.

청년세대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학자금 대출을 받아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쉽지 않은 탓이다. 정부가 내놓은 고용지표는 순풍이 불고 있지만, 실제 청년들의 체감하는 현실은 달랐다. 대기업들은 채용을 줄였고 그나마 늘어난 청년 일자리는 단기직에 그쳤다.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 구직단념자도 늘었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15~29세 청년 실업률은 5.8%로 지난해 동기 대비 1.9%p 하락했다. 올해 2~4월 10%대를 유지했던 청년 실업률은 지난 5월부터 감소 추세다.

현실과 공식적인 실업률은 괴리가 컸다. 청년이 체감하는 실업률을 의미하는 확장실업률은 21.7%에 달했다. 확장실업률은 실업률에 포함되지 않은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와 구직활동 여부와 상관없이 취업을 희망하는 ‘잠재경제활동인구’를 함께 계산한다. 청년 5명 중 1명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이모(25·여)씨는 “고용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소식도 딴 나라 이야기”라며 “이러다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평생 알바만 전전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올해 제대한 박모(25)씨는 ‘공시생’으로 노선을 정했다. 박씨는 “2년 동안 취업 준비를 한 아는 선배가 번번이 서류탈락하는 걸 보면서 취업준비 하는 걸 포기했다”며 “선택지가 이거밖에 없는 것 같아 공무원 시험 준비로 마음을 굳혔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마땅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이 대표적이다. 해당 사업은 정부가 청년 취업난 해소와 지역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 2018년부터 실시했다. 올해까지 7만명 이상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매년 예산을 2000억원 이상 들였다.

문제는 성과가 저조하다는 점이다. 지난 29일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행정안전부와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 참가자의 6개월 후 취업률은 지난해 46.5%에 그쳤다. 참가자 절반 이상이 사업 종료 뒤 6개월이 지나도록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셈이다.  참가자 절반 이상이 사업 종료 뒤 6개월이 지나도록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셈이다. 

사업 참여 종료 후 6개월 이내에 일자리를 얻은 60%는 중도 퇴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지원이 종료된 사업장에 지원자가 재취업한 비율은 33%에 그쳤다. 

지역정착형 사업장의 정규직 전환율도 감소 추세다. 지난 2018년 69.0%, 2019년 63.3%, 2020년 62.9%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민간취업연계형의 취업연계율은 같은 기간 42.6%, 42.1%, 64.4%로 다소 증가했으나, 지원자들의 취업 보장을 목적으로 참여한 사업장인 것을 감안하면 낮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돈을 주는 것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게 우선이다. 차라리 직업훈련원에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손양훈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시장 규제를 풀고 기업 투자를 늘려야 한다”며 “청년들이 마음 놓고 잠재력을 펼칠 수 있도록 일자리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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