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첫 정상 통화에 대해 일본 언론은 두 정상이 과거사 문제를 두고 평행선을 달렸다고 평가했다.
16일 일본 최대 일간 요미우리신문은 전날 기시다 총리가 취임 후 처음으로 문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며 강제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소송 문제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요구했지만 “평행선으로 끝났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징용공(일제 징용 노동자의 일본식 표현) 문제 놓고 일한 정상 평행선’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쓰비시의 한국 내 자산 매각 등 강제징용에 대한 엇갈린 입장이 두드러졌다”며 양국 정상 간 팽팽했던 기류를 전했다.
앞서 대전지법은 지난달 27일 양금덕·김성주 할머니 등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상표권·특허권 특별현금화(매각) 명령 신청을 받아들였다. 한국 법원이 일본 전범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을 매각하라고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 사법부 판결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 측에 선제적인 해결책 제시를 요구한 아베 신조ㆍ스가 요시히데 정부처럼, 이날 기시다 총리도 문 대통령에게 과거사 소송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 범위에 대한 법적 해석에 차이가 있다”고 답했다. 위안부 문제에는 “피해자 분들이 납득할 수 있는 외교적 해결책 모색”을 요구했다. 이를 두고 니혼게이자이는 “징용공 문제는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과는 상충하는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지지통신도 “징용 문제를 놓고 한국 지방 법원이 지난달 일본 기업의 자산에 관해 매각 명령을 처음으로 내놨다”며 “이런 움직임은 한일 관계에 결정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언론은 문 대통령의 한일 정상회담 제안도 주요하게 다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문재인 대통령이 헌심탄회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서 회담을 제안했으나, 기시다 총리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말에 그쳤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 역시 “문재인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직접 만나 양국 관계 발전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을 기대한다고 호소했다”고 평가했다.
산케이신문은 양국 정상 통화 내용을 전하면서 “기시다 총리는 지난 8일 연설에서 한국을 ‘매우 중요한 이웃나라’가 아닌 단지 ‘중요한 이웃나라’라면서 신조 아베,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의 입장을 답습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당시 총리는 보편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협력할 동맹국으로 미국 호주 인도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유럽을 언급했지만 한국은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짚었다.
기시다 총리는 당시 첫 소신표명 연설에서 말미에 한국에 대한 언급을 단 두 줄로 평가했다. 기시다 총리는 “한국은 중요한 이웃나라다. 건강한 관계로 돌아가기 위해서라도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따라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력히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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