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별세 사흘째인 28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서울시는 28일 정부의 국가장 결정에 따라 故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서울광장에 설치·운영했다. 분향소는 28일부터 30일까지 매일 오전 9시에서 오후 10시까지 운영된다.
분향소를 가장 먼저 찾은 사람은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오 시장은 서울시 관계자들 6명과 함께 조문한 뒤 방명록에 ‘평안히 영면하소서’라는 글귀를 남겼다.
이후 이어진 발길은 중장년층이 대부분이었다. 다소 한산한 분위기 속에서 조문에 참여한 시민들은 故 노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억하며 추모의 목소리를 냈다.
경기 고양시에서 온 A씨(70세·남)는 “(서울에) 일이 있어서 온 김에 겸사겸사 들렀다”며 “故 노 전 대통령의 6·29 선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고인이 양심을 지켜 이뤄낸 성과”라고 치켜세웠다. 중랑구에 거주 중인 B씨(62세·여)는 “고인이 대통령일 당시 20대였다”며 “말 주변이 부족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당시에 좋은 기억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정부가 국립묘지 안장을 추진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한 아쉬운 목소리도 있었다. B씨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일단 국민이 뽑은 대통령 아닌가”라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국립묘지 안장을 결정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C씨(30세·여)는 “故 노 전 대통령이 남긴 업적에 대해 평가하는 부분이 있다”며 “국립묘지 안장이 안되는 것은 너무 아쉽다”고 토로했다.
점심시간에 다수의 직장인이 분향소가 설치된 서울광장을 지나쳤지만, 사진만 찍을 뿐 조문을 하진 않았다. 서울시청 인근에서 근무 중인 D씨(25세·여)는 “역사적 과오가 있는 분 아닌가”라며 “굳이 조문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또다른 직장인 E씨(26세·여)는 고인의 유언에 대해 “사과는 했지만 진정한 사과였는지 모르겠다. 자화자찬으로 느껴졌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조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진만 찍고 자리를 피한 F씨(53세·남)는 “조문을 하려고 했는데 사람이 너무 없어서 그냥 간다”고 했다.
고인의 국가장을 반대하는 피켓시위도 벌어졌다. 정의당 서울시당은 이날 분향소 밖에서 “노 전 대통령은 ‘신군부’의 핵심으로 전두환씨와 함께 12·12 군사반란 사건을 주도하고 헌정질서를 유린한 공범”,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염원을 짓밟은 노태우 국가장에 반대한다” 등의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국가장 반대시위를 이어갔다.
한편 故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은 오는 30일까지 5일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30일이다. 장례가 ‘국가장’이라는 것과 국립묘지에 안장하지 않는다는 것 외에 구체적 절차는 유족과 정부가 협의 중이다.
행안부 의정담당관 박래운 서기관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영결식은 아직 유족과 협의하고 있어 결정되지 않았다”며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계속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글·사진=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