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로 감염되는 HPV, 국가예방접종 언제까지 여성만?

성관계로 감염되는 HPV, 국가예방접종 언제까지 여성만?

기사승인 2021-11-06 07:00:31
픽사베이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을 예방하는 백신을 남성도 조기에 접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최근 질병관리청은 HPV 예방백신 접종 지원 대상에 남성을 포함하는 방안에 대해 “신규백신 도입을 위한 평가체계에 따른 국가예방접종(NIP) 도입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며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질병관리청 의료안전예방국 예방접종관리과는 “국가예방접종 HPV 확대방안을 위한 연구를 실시했고, 도입에 따른 질병부담 및 소요비용 등에 대한 경제성 평가를 실시하는 중이다”라고 국정감사 서면질의 답변서를 통해 밝혔다. 경제성 평가가 마무리되면, 감염병예방법 시행규칙에 따라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NIP 도입 평가 절차가 진행된다. 전문가 검토 및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상 확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HPV는 성적 접촉을 통해 점막과 피부에 감염되는 바이러스다. 약 100종의 유형이 있는데, 이 가운데 저위험군은 인체에 침투해도 별다른 증상을 일으키지 않고 자연 소실된다. 일부 유형은 생식기 사마귀를 유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16번, 18번, 52번, 58번 바이러스와 같은 고위험군은 여성의 자궁경부암 발생 요인이 된다. 주로 성관계를 매개로 감염되며, 자궁경부암 이외에도 여성 외음부암·질암, 남성 음경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국내에서 접종할 수 있는 HPV 예방백신은 GSK의 ‘서바릭스’와 MSD의 ‘가다실프리필드시린지’(이하 가다실) 4가·9가 등 총 3종이다. 각 백신은 표적으로 삼는 바이러스의 수가 다른데, 서바릭스는 16번·18번을 표적으로 하는 2가 백신이다. 가다실 4가는 16번·18번·6번·11번을 표적으로 한다. 가다실 9가는 16번·18번·6번·11번·31번·33번·45번·52번·58번을 표적으로 한다. NIP를 통해 접종되는 백신은 가다실 4가다.

앞서 8월 정부는 HPV 예방백신 무료 접종 지원 대상을 현행 만 12세 이하 여성에서 만 17세 이하 여성 청소년으로 넓힌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울러 18~26세 여성에 대해 향후 저소득층부터 시작해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지난 2016년 HPV 예방백신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NIP)이 만 12세 이하 여성을 대상으로 시작된지 5년만에 확대시행 계획이 나온 것이다. 

남성은 여전히 NIP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한계점이 남았다. HPV는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감염돼 질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접종 효과를 높이려면 성별에 관계 없이 접종율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HPV 예방백신이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알려지면서 남성에게는 필요성이 낮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질병관리청의 ‘사람유두종바이러스 감염증 신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총 1만929건의 HPV 감염이 신고됐으며, 남성 발병도 115명 파악됐다. 

한편, 해외에서는 여성과 남성 모두를 대상으로 HPV 예방백신 접종을 지원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영국, 덴마크, 스코틀랜드 등은 12~13세 여성·남성을 대상으로 HPV 예방백신 NIP를 실시한다. 호주는 12~18세, 미국은 11~12세, 독일은 9~14세 여성·남성이 HPV 예방백신 NIP 대상이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HPV는 남성들도 감염원이므로 성별에 관계 없이 이른 시기에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것이 이상적이다”라며 “우리나라도 점차 남성 청소년들을 NIP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접종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짧은 기간 획기적인 확대는 시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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