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으로 본 한국 사회 [금진호의 경제 톡톡]

‘오징어 게임’으로 본 한국 사회 [금진호의 경제 톡톡]

금진호 (목원대학교 겸임교수 / 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

기사승인 2021-11-08 13:07:06
금진호 연구위원
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에서 1위를 차지하고, 덩달아 넷플릭스의 주식도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고, ‘달고나’ 인증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다. 덕분에 ‘무궁화’가 한국의 꽃이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말리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의 인기 뒤에는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물질 만능주의와 한탕주의, 집값 상승과 일자리 부족 등 한국 경제 불안한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구슬치기, 줄다리기 등 아이들이 하는 간단한 게임인데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다. 아주 간단하게 게임을 하지만, 탈락하면 벌은 엄청나다. 탈락자는 바로 목숨을 잃는다. 해외 시청자들은 처음 보는 간단한 게임에 빠져들지만, 정서적인 충격은 아주 크다. 이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이 상금 456억 원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을 그린 '오징어 게임'은 한국인들이 느끼는 불안을 반영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불평등한 사회 구조 속에서 절박한 처지에 몰린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전 세계가 공감하며 기록적인 흥행으로 이어진 것이다. 

‘오징어 게임’에서 보여준 빈부격차에 대한 선정적인 고발이 사람들에게 잘 전달되었다는 점과 코로나 19로 이어진 빈부격차가 심화될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특이한 점은 패자들이 부활하는 점이다. 유일한 기회다. 회사가 망하고, 자영업이 망하면서 막대한 빚을 진 사람들이 유일한 생존자가 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하지만 악랄하게 타인을 이용하고 폭력을 쓰면서 승리하는 순간에도, 한 주인공 성기훈은 최후까지 인간성을 포기하지 않고 협력하면서 나아가기를 원하고 다수결로 게임을 포기하자고 제안한다. 

한국은 한국 전쟁 후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뤄 현재 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히지만, 경제가 성숙함에 따라 부의 격차가 점점 악화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가계 부채가 급증하였고 부동산은 최근 50% 이상 급등해 뜨거운 정치 쟁점이 됐다. 여기에 청년들의 취업과 직장인들의 해고 사태는 우리 사회의 성공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과 어려운 것 사이의 불균형이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 '흙수저'라는 용어로 대변되는 많은 젊은이가 가상화폐나 주식투자, 복권 등을 이용해 초고속으로 부자가 되는 방법에 골몰해 있고, 많은 직장인도 경제적 자유를 얻고 조기 은퇴를 꿈꾸는 파이어족에 도전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사업체를 폐업하거나 직장을 잃고 실업급여로 생활하고 있는 청년들이 직장인 월급으로 편안하게 살기는 어렵다며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처럼 줄어드는 파이 한 조각을 잡기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영화는 영화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굳이 한국 사회현상을 결부시키지 않아도 넷플릭스가 없었다면, ‘오징어 게임’은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이 영화는 지상파 3사는 물론 케이블 방송에서도 방영하기 쉽지 않은 작품이다. 폭력성이 강하다는 점에서 탈락하고, 사회적 문제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불가 처분될 것이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소재와 주제에서 제한이 없다. 넷플릭스는 디즈니와 워너처럼 할리우드 스튜디오 기반이 아니기에, 일찌감치 글로벌 제작을 핵심 과제로 삼았다. 

‘오징어 게임’은 새로운 소재고 강렬했다. 그동안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내용이다. 마음껏 놀 수 있게 만들어준 플랫폼 덕에 한국의 콘텐츠 제작 역량이 최고의 효과를 낸 것으로도 생각한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을 지나치게 미화할 필요는 없지만, 혁신적인 플랫폼 넷플릭스와 신선하고 도발적인 콘텐츠가 함께 이루어낸 성과는 분명히 평가받아야 한다. 한국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몇몇 주인공들을 통한 인간미와 끈끈한 정은 역시 한국인의 정서적인 아름다움이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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