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아동용 홍보물부터 장난감 등에 활용되고 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드라마를 모방, 아동·청소년에게 부적절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영리 민간단체는 지난 10일 SNS에 ‘제1대 아동 대통령 선거’ 홍보물을 게재했다. 가상의 아동 대통령 후보 2명 중 1명을 선택, 투표를 독려하는 내용이다. 투표자 1명당 100원씩 어린이 재활병원에 기부된다.
문제는 해당 홍보물이 오징어게임을 모방했다는 것이다. 홍보물에는 초록색 체육복을 입은 2명의 어린이가 등장했다. 오징어게임 속 참가자를 연상시킨다. 이외에도 진행요원, 프론트맨 등 등장인물들이 그려졌다.
이에 온라인에서는 “아이들이 볼 수 없고 봐서도 안 되는 드라마로 홍보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비판이 쏟아졌다. 오징어게임은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아동·청소년은 시청할 수 없다. 이에 단체는 홍보물을 삭제, 교체했다.
홍보물뿐만이 아니다. 오징어게임을 모방한 장난감과 아동용 옷 등도 판매되고 있다. 오징어게임 등장인물을 본 딴 인형과 블록, 가면, 카드 등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달 핼러윈을 맞아 서울 이태원에는 오징어게임 복장을 한 어린아이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게임플랫폼 ‘로블록스’와 ‘마인크래프트’를 통해서도 오징어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났다. 초등학생에게 인기 있는 게임플랫폼들이다.
드라마 속 놀이를 모방, 폭력으로 변질될 우려도 커진다. 부산과 인천 등 일부 시교육청은 지난달 관내 초등학교에 오징어게임 관련 주의를 당부하는 공문을 보냈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는 “드라마 또는 영화 속 놀이는 모방해 놀이가 폭력으로 변질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건전한 놀이 문화에 폭력 행위를 결합한 변질된 게임을 즐기지 않도록 가정의 각별한 지도를 부탁드린다. 연령 제한 등급 기준에 맞지 않는 미디어 시청을 금지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시기 바란다”고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전문가는 게임·홍보물 등을 통해 간접 노출되더라도 아동·청소년에게 부적절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연승 경성대학교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아이들은 관찰을 통해서도 학습이 가능하다”며 “장난감, 홍보물, 게임 등을 통해 아이들이 청소년 관람불가 드라마에 노출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가정에서 자녀에게 ‘무조건 보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봐서는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줘야 한다”며 “유아의 경우, 현실과 환상을 구별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청소년의 경우, 폭력적인 것을 접하면 공격성이 늘어난다”고 밝혔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