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성동격서(동쪽을 쳐들어가는 듯하면서 적을 교란시켜서 실제로는 서쪽을 공격하는 것을 이르는 말)’ 집회 전략이 또다시 통했다. 경찰은 지난 7월과 지난달에 이어 서울 도심에서 진행된 기습 집회를 막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13일 오후 2시30분 서울 동대문구 평화시장 인근 동대문역 사거리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전태일 열사 51주기를 맞아 열린 집회다. 집회 참가자들은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있는 5인 미만 사업장과 단시간 노동자 등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촛불정신을 계승했다는 문재인 정부가 감염병 예방을 핑계로 집회를 원천 봉쇄하고 금지한 지 벌써 2년”이라며 “방역을 핑계로 언제까지 폭발 직전의 민심을, 민중의 분노를 회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비판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만여명이 참가했다. 오후 1시30분부터 집회 참가자들은 동대문역 사거리 인근 도로를 점거했다. 종로5가에서 동대문역 방향, 흥인지문공원에서 청계천 방향 등 십(十)자 형태로 사거리 도로를 참가자들이 메웠다. 갑작스러운 집회에 차량 통행이 막히며 일대가 혼란을 빚었다. 다만 경찰과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민주노총은 이날 집회 장소를 명확히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499명씩 거리를 두고 20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서울시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 방지 등을 이유로 집회를 불허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와 같이 여의도에서 열릴 것으로 점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오후 1시 집회 장소를 동대문역으로 변경, 공지했다.
경찰은 전날인 12일부터 집회 차단에 만전을 기울였다. 서울 도심과 여의도에 차벽을 세웠다. 차량 검문도 실시했다. 집회 당일에는 오후 12시30분부터 서울 경복궁·광화문·시청·종각·안국·을지로 등 도심 주요 역사에서 열차가 무정차 통과했다. 오후 1시40분부터는 동대문역에서도 열차가 무정차 통과했으나 집회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지난달에도 민주노총은 서울 도심에서 경찰 차벽을 뚫고 집회를 여는 데 성공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20일 대대적인 총파업대회를 예고했다. 경찰은 대규모 집회를 저지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병력을 모아 서울 광화문과 종로 일대에 투입했다. 서울 중구 시청과 광화문, 종로구 서린동과 구세군회관까지 십(十)자로 차벽을 둘렀다. 광화문부터 종로 3가까지 골목 구석구석에도 경찰이 배치됐다. 그러나 실제 집회는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진행됐다. 경찰이 이를 저지하고자 했으나 집회 참가자 2만여명이 이미 도로를 메운 뒤였다.
민주노총은 지난 7월3일에도 서울 종로3가에서 8000여명 규모의 노동자대회를 진행했다. 본래 집회 장소는 여의도 일대였으나 여의대로 진입이 막히자 장소를 변경했다.
경찰은 엄정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총파업대회에 이어 노동자대회 참가자 전원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주요 참가자와 주최자에 대한 출석조사를 요구할 방침이다. 서울경찰청은 “7·3 전국노동자대회, 10·20 총파업 시위에도 중복으로 참여한 것으로 확인되는 주요 참가자에 대해선 더욱 엄정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