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선 연말이 되면 만기가 되는 예수금들을 다시 끌어오기 위한 ‘특판’ 시즌이 시작된다. 하지만 올해는 특판 판매가 ‘극과극’으로 나뉘고 있다. 시중은행에서는 특판상품을 찾아보기 힘든 반면 저축은행들은 적극적으로 특판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은 최근 연 2%가 넘는 고금리 예·적금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OK저축은행은 지난 9일부터 연 2.2% 금리를 제공하는 '중도해지OK정기예금369' 특판 상품을 선보였다. 한도는 3000억원이며 3개월 단위로 변동금리가 적용된다.
상상인저축은행은 모바일 앱 전용 상품인 '뱅뱅뱅 정기예금' 금리를 연 2.61%로 인상했다. 예치 기간에 따라 ▲3개월 이상 연 2.31% ▲6개월 이상 연 2.41% ▲12개월 이상 연 2.61%의 약정 이율이 각각 적용된다.
3%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들도 있다. 모아저축은행은 지난 11일부터 연 3% 금리를 제공하는 ‘모아 삼프로 특판 정기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6개월 만기 모바일 앱 전용 상품으로, 1인당 100만원 이상 10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 한도는 500억원이다.
금리가 최대 연 8%를 넘는 특판 상품도 등장했다. 하나저축은행은 ‘연 8.5% 정기적금 특별 이벤트’를 시작했다. 기본금리는 연 2.3%, 월 가입금액이 최대 10만원이지만 우대금리를 최대 6.2%까지 적용한다.
우대금리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신용평점 조회없이 마케팅 동의만으로도 3.1% 우대금리를 제공하는데, 비대면 가입 0.1% 우대금리는 자동으로 적용한다. 여기에 신용평점 조회서비스를 이용한 고객 중 신용평점이 665~869점 사이에 해당될 경우 3%, 이외는 1.5%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많은 저축은행들은 앞다퉈 수신상품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15일 기준 저축은행중앙회가 집계한 국내 저축은행 79개사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12개월)는 2.27%다. 전히 1%대에 머물고 있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보다 2배가량 높다.
저축은행이 앞다퉈 특판을 내놓는 배경이 있다. 저축은행 업권 특판 상품 만기가 대체로 11월부터 12월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만기가 된 예·적금 고객들을 다시 끌어들여 예수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
반면 시중은행들은 여타 별다른 특판상품을 내놓고 있지 않다. 지난 8월경 광복절 당시 시중은행에서 관련 특판 상품들을 연이어 출시한 이후 고금리 수신상품들을 내놓고 있지 않다.
시중은행들이 현재 고금리 특판상품 출시에 소극적인 이유는 복합적이다. 최근 기준금리 상승으로 인해 기본 금리 자체가 증가했다. 여기에 고강도의 가계대출 규제가 실시되면서 대출을 크게 늘릴 수 없다 보니 예수금 확보의 중요성도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
또한 특판상품을 따로 내놓지 않아도 금융소비자들이 시중은행에 돈을 예치하고 있는 경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지난10월 말 기준 1751조362억원으로 전월대비 1.46%(25조2612억원) 증가했다.
특히 정기예금이 전월대비 큰폭으로 상승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말 기준 652조8753억원으로 전월대비 3.23%(20조4583억원) 올라갔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체로 특판상품들의 예·적금 상품의 만기가 가장 많이 도래하는 시점이 연말”이라며 “다만 시중은행들은 최근 예수금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 보니 별다른 특판 상품을 내놓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