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연맹, 녹색소비자연대, 소비자와함께 등 6개 소비자단체는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 의결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최근 발표했다. 21대 국회에서만 관련 법안이 5개 발의됐지만 아직도 국회 소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법안은 보험 가입자가 실손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 전송을 요청하면 의료기관이 심평원 전산망을 통해 보험사로 전송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재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려면 가입자가 서류를 직접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가입자가 영수증과 진료명세서, 진단서, 소견서 등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증빙 서류를 병원에서 일일이 발급한 후 팩스나 이메일로 보험사에 제출하는 등 불편한 절차를 거친다. 보험사에서 보다 편리하게 청구할 수 있도록 앱을 통해 서류를 보내도록 하고 있지만 모바일이 어려운 세대들은 여전히 기존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는 12년째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보험업계와 소비자단체는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도입을 주장하는 반면 의료계는 의료 정보 유출 위험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소비자단체는 의료계의 반대가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환자에게 서류로 제공하는 증빙자료를 환자의 요청에 따라 전자문서로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료기관이 환자를 대신해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개인정보보호 또한 소비자의 동의에 따라 제공돼 종이로 서류를 제출하는 것과 차이가 없다.
단체는 진료비 등 보험금 청구 서류를 심평원에 제출하게 되면 비급여 항목을 정부가 살필 수 있어 이를 우려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성경 소비자와함께 사무총장은 “현재 과잉진료로 200만원 상당의 실손보험금을 청구해도 보험사는 들어줄 수밖에 없다. 의료계는 청구 서류를 정부가 보게 되면 비급여 항목을 손보는 등 이익이 줄어들까 우려하고 있다”면서 “소비자는 보험금 청구 불편과 과잉진료로 인한 보험료 인상 등 모든 피해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3일 보험업계 간담회에서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고 위원장은 “이달 중 금융당국과 보험사 등이 참여하는 정책협의체를 출범시켜 실손보험 개선방안과 비급여 관리 방안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또한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환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금 청구가 간소화되면 청구건수가 많아져 손해가 아니냐는 말도 있지만 오히려 서류를 관리하는 등 행정처리 비용이 더 많이 든다”면서 “행정처리 비용을 줄이고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보험금을 주는 게 낫다”고 말했다.
법안의 당락은 오는 17일 결정된다. 정무위원회는 이날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이 담긴 보험업법 개정안을 논의한다. 순번이 후순위로 배정돼 이날 심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23일 법안소위서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