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한시적 인하 주장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홍 부총리는 다주택자 양도세 인하가 안정세를 찾아가는 현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정책 신뢰도를 훼손할 것으로 경고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2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진행된 제49차 경제중대본회의에서 모두발언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조치에 대해 “논의된 바 없고, 추진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택시장 안정화 흐름이 지속되고 매물도 증가하는 상황에서 다주택자 양도세를 한시 인하하는 경우 입법 과정에서 절세를 기대한 기존매물 회수 등 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주택자 양도세율은 지난 6월 1일부터 2주택자에게는 기본세율(6~45%)에서 20%p, 3주택자에게는 30%p가 중과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7.10 부동산 대책에서 다주택자 중과율을 각각 10%p씩 추가한 결과이다. 정부는 다주택자에게 주택을 매각할 기회를 주기 위해 1년간 중과를 유예한 이후 올해 6월부터 적용에 들어갔다.
여당에서는 최근 중과세율 적용 반년만에 한시적 인하를 검토하고 나섰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인하와 관련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매물) 잠김 현상이 오래간다”며 “보유세를 높여서 (다주택자는 주택을) 털고 싶은데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여론이 있다”고 검토 배경을 설명했다.
여기에 김성환 당 선대위 정책본부 공동수석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다주택자의 양도세는 일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주택자 입장에서 보면, 올 6월까지 매각을 유도했는데 여전히 소유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며 “다주택을 양도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세금을 내야 되는 상황이라, 가지고 있어도 부담이고 팔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여당의 이러한 행보에 다주택자 양도세 인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집값의 하락 안정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인하가 집값 상승의 불씨가 될 것으로 우려한다.
한국부동산원의 11월4주(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8.6을 기록해 지난주(99.6)에 이어 2주째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시장에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세 부담 증가 등에 따라 시장 심리가 돌아서는 상황에서 양도세 인하가 다시 시장 심리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본 것.
홍 부총리는 이러한 차원에서 1가구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완화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반대한 바 있다. 그는 30일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도세 부과 기준이) 조정되면 부동산 시장 내 9억원에서 12억원 사이의 주택 수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1주택자 양도세) 부과 기준 조정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날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전달했다”고 말한 바 있다.
아울러 홍 부총리는 정책 신뢰도 훼손도 우려했다. 이미 다주택자에게 1년의 유예 기간을 준 상황에서 다시 중과세율을 한시적으로 인하할 경우 ‘버티면 이긴다’는 잘 못된 인식을 국민에게 줄 수 있다는 우려다.
홍 부총리는 이날 “반복적인 중과 유예에 따른 정책신뢰도 훼손, 무주택·1주택자 박탈감 야기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며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는 논의된 바 없고, 추진계획도 없음을 '명확하게' 말씀드린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다주택자 양도세 인하에 반대하는 정부 입장과 대선을 앞두고 있는 여당 입장의 지속적인 충돌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특히 여당 대선 후보의 부동산 정책이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세는 완화하는 기조에 있는 만큼 앞으로 양도세 완화에 대한 여당 내 주장이 계속해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여당에서 세 부담 완화 정책이 계속해서 나올 수 있다”며 “경제관료 수장인 홍 부총리와 여당 사이에서 의견 충돌이 반복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