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업계가 젊어지고 있다. ‘MZ’세대 대표 격인 80년대 생이 임원에 오른 사례를 자주 접한다. 능력만 있으면 나이와 상관없이 우대하는, ‘수직’이 아닌 ‘수평’을 지향하는 문화를 보여준다.
한 예로 대표 빅테크 기업인 네이버엔 80년대 생 임원이 유독 많다. CEO로 내정된 최수연(81년생) 글로벌 책임리더를 포함해 모두 14명이다. 최연소는 네이버 인공지능 플랫폼 ‘클로바’ 소속 정민영(86년생) 책임리더다. 회사는 ‘젊은 임원’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젊은 임원 선임 필요성을 느끼기보다 직원 평균 연령대가 낮아서 리더 연령대도 자연스럽게 낮아진 게 아닐까”라며 “수평적이고 유연한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고 업무도 연차나 나이에 구애 받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정민영 책임리더가 있는 클로바도 역할만 부여할 뿐 나이로 위계를 따지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게 내부 방침이다. 이는 네이버 특유의 직급과 연관된다. 네이버에서 가장 높은 직급은 ‘대표’다. 그 밑으로 ‘책임리더’, 다음이 ‘리더’다. 리더가 아닌 직원은 모두 ‘님’으로 통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업계에 젊은 임원이 많은 건 업력이 짧아서가 아닌가 생각 한다”며 “업력이 대부분 스타트업 수준이라 연령대가 젊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추세는 앞으로 이어지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빅테크 기업인 카카오도 유사하다. 카카오는 직급 대신 영어이름으로 서로를 부르기로 유명하다. 직원과 임원이 모두 동일 선상에 있기 때문에 나이에 연연하지 않는다. 직급이 없어서 승진 개념도 없다. 카카오 AI 연구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의 김일두 대표는 88년생이다. 사외이사인 박새롬 성신여대 교수는 그보다 어린 90년생이다.
다만 필요한 역할을 고려해 임원을 선임하는 게 회사 방침이다. 임지훈 전 대표는 카카오에 합류하기 전 벤처투자 전문가였다. 임 전 대표 역할은 투자기업 포트폴리오 관리와 기업성장 도모였다.
카카오 관계자는 “초창기 사업 분야가 많아서 각 분야를 회사처럼 관리하던 시기라 CEO나이보다는 능력을 더 봤던 것”이라고 당시를 설명했다.
이어 “스타트업 문화가 남아있는 건진 모르겠지만 나이가 많다고 환영하지 않고 신경도 안 쓴다”며 “그 사람이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전문성만 볼 뿐 나이에 연연 안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수평문화가 트렌드라고해서 뿌리박힌 문화를 단기간에 없애긴 힘들다”라며 “기업들이 필요한 리더십을 보고 결정하는 거라 생각 한다”고 말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