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업권이 미소를 짓고 있다. 금융당국이 중금리대출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일단 패널티를 주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서 올해 남은 시간 영업이 비교적 순조로워졌기 때문이다. 다만 토스뱅크의 경우 대출 영업이 중단된 상황 속 ‘연 2%’ 입출금통장 혜택을 축소하면서 금융소비자 신뢰를 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들이 당초 제출한 대로 중금리대출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도 무조건 페널티를 주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도에 가계부채 총량 관리시에 중저신용자 대출과 정책서민금융 상품에 대해 인센티브를 충분히 부여할 것이라고 말씀드렸다”며 “그건 사실상 총량관리 한도에서 제외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총량관리 과정에서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이 취급하는 정책금융 상품, 정책서민금융 상품 취급이 위축돼서는 절대로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현 정권 들어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대출 확대 기조를 유지해왔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도 그 일환이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들에게 중금리대출 공급을 주문했고, 이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각각 20.8%, 21.5%의 목표치를 제시했다. 올해 10월 출범한 토스뱅크도 34.9%라는 수치를 잡았다.
하지만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고강도의 가계대출 규제가 들어가면서 신용대출 수요가 인터넷은행으로 몰리면서 중금리대출 비중을 맞추는데 실패했다. 지난 9월 기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중금리대출 비중은 각각 13.4%, 13.7%이다.
오는 2022년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인터넷은행들은 목표치 달성에 사실상 실패했지만, 금융당국이 달성 여부대신 노력 여부를 보겠다고 하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여기에 더해 금융당국이 중금리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제외하는 것을 검토하기 시작하면서 영업 환경도 한결 더 좋아지게 됐다. 총량 관리 한도에서 중금리대출이 빠지면 일단 연간 대출 총량에 여유가 생기기 때문.
다만 토스뱅크만큼은 마냥 웃기 힘든상황이 됐다. 토스뱅크가 지난 10월 출범 당시 ‘조건 없는 2% 예금’과 함께 ‘조건 없는 체크카드’ 파격 혜택을 내세웠지만 이 혜택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토스뱅크는 최근 연 2% 입출금통장의 금액에 상한선을 두는 방식으로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5일부터는 1억원이 넘는 예치금에 대한 금리는 2%에서 0.1%로 대폭 낮아진 금리가 적용된다.
당초 토스뱅크는 연 2% 금리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지 의문에 대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지만 두 달 만에 약속을 깬 셈이다. 부문별 하루 한 차례 300원의 캐시백 혜택을 제공하는 체크카드도 100원으로 줄였다.
내년부터 토스뱅크는 중단했던 대출영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지만, 금융소비자들의 깨진 믿음을 다시 회복해야하는 ‘선결과제’가 생긴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금리대출이 한도에서 제외될 경우 인터넷은행 뿐 아니라 시중은행들도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