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너닮사’로 슬럼프 탈출, 달라진 걸 느껴요” [쿠키인터뷰]

김재영 “‘너닮사’로 슬럼프 탈출, 달라진 걸 느껴요”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1-12-10 06:00:02
배우 김재영.   HB엔터테인먼트 제공.

길게 늘어뜨려진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처연한 눈. 최근 종영한 JTBC ‘너를 닮은 사람’에서 서우재(김재영)는 왠지 모르게 자꾸 눈에 밟히는 인물이다. 혼인신고까지 한 구해원(신현빈)을 두고 정희주(고현정)를 사랑하게 된 서우재는 결국 그에게 집착하다 죽음을 맞는다. 그 과정에서 기억을 잃고 혼란에 빠졌다가 모든 걸 깨닫고 분노에 휩싸이는 등 감정의 극단을 오간다. 

최근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서우재를 연기한 배우 김재영을 만났다. 서글서글한 인상으로 밝은 미소를 짓는 김재영은 서우재와 상반된 모습이었다. “‘너를 닮은 사람’ 덕분에 자신감을 얻었다”고 운을 뗀 그는 “앞으로 연기할 때 힘이 될 작품을 만나 기쁘다”며 호쾌히 웃었다. 서우재를 연기하며 가졌던 고민은 고스란히 그의 자양분이 됐다. “감사한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그는 곧장 ‘너를 닮은 사람’을 연출한 임현욱 감독 이야기부터 꺼냈다.

“가장 감사한 건 감독님이에요. 우재를 맡겨주셨잖아요. 우재로서 기억을 잃기 전과 기억을 잃은 모습, 기억을 되찾은 모습까지 다양한 순간을 연기해야 했어요.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제게 ‘우재가 머뭇대고 눈에 초점이 없어 보이면 좋겠다’며 조언해주셨죠. 연기가 훨씬 수월해졌어요. 감독님 말씀대로 촬영 전 미술을 배우고, 머리도 충실히 길러봤어요. 예전의 저와는 확실히 달라지고 있는 걸 느꼈죠.” 

JTBC ‘너를 닮은 사람’ 캡처.

모델로 데뷔한 김재영은 다수 작품에서 크고 작은 배역을 맡으며 배우로 입지를 넓혔다. 꾸준히 활동했어도 늘 성장과 성공에 목이 말랐다. ‘너를 닮은 사람’은 기회였다. 선배 고현정과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활약하던 신현빈이 상대역이었다. 신인 감독 임현욱의 첫 장편 데뷔작이기도 했다. 캐스팅 당시를 떠올리던 김재영은 “나만 잘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컸다”며 생각에 잠겼다.

“감독님이 드라마에 큰 애정을 갖고 계셨어요. 게다가 고현정, 신현빈 등 든든한 배우들이 출연하잖아요. 아마 저를 가장 불안해하셨을 거예요. 덕분에 제가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어요. 선배들도 많이 도와주셨어요. 고현정 선배님은 ‘여자 둘 사이에 네가 껴있으니 우재를 잘 표현해야 한다’, ‘우재가 살아야 이 드라마가 산다’고 하셨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현장에서도 저를 많이 배려해주셨어요. 생각할수록 감사한 일들뿐이네요. 하하.”

김재영은 고현정과 신현빈에게 많은 자극을 받았다. 특히 고현정의 에너지에 압도됐다. 고현정의 감정 연기에 동화돼 기대 이상의 연기가 나왔다.  대본에 없는 눈물이 나왔을 정도다. 김재영은 “스스로 불안감이 컸던 만큼 배역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여러 도움을 받았다”면서 “고현정의 모든 말들이 자신감이 됐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함께 호흡한 신현빈 역시 고마운 동료였다.

JTBC ‘너를 닮은 사람’ 캡처.

“한 번은 고현정 선배님이 이렇게 말하셨어요. ‘서우재보다 김재영이 보여야 해. 캐릭터가 보이는 건 당연한 거야. 네가 보여야 너라는 배우가 있는 거야.’ 듣는 순간 뇌리에 박히더라고요. 불륜 소재라 서우재가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고민이 컸는데, 선배님과 연기하며 확신을 얻었어요. (신)현빈 누나는 처음 만난 날 따로 전화를 주셔서 ‘편하게 대하면 좋겠다’며 먼저 다가와 주셨어요. 현장에서도 저를 많이 이끌어주셨죠.”

김재영은 ‘너를 닮은 사람’을 “우울함과 불안감에 휩싸여 막막했을 때 운명처럼 만난 작품”이라고 했다. 그만큼 특별하다. 초심으로 돌아가 연기했다. ‘인생 연기’, ‘인생 캐릭터’라는 찬사를 받았다. 마지막 회에서 죽음을 맞는 서우재의 모습은 ‘너를 닮은 사람’의 대표적인 명장면으로 꼽힌다. 성장 동력은 절실함이다. 절박해서 몰입했고, 집중하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는 “실시간 반응을 하나하나 찾아보며 더욱더 자극받았다”면서 “다행히 칭찬이 많아서 기뻤다”며 씩 웃었다.

“사실 드라마가 끝나면 제가 연기한 인물은 죽은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제까지도 우재를 언급하는 댓글이 있더라고요. 아직 잊지 않으셨구나 싶어서 행복했어요. 저는 늘 성공이 고팠어요. ‘난 왜 운이 안 좋을까?’, ‘왜 대박 난 작품이 없을까?’라고 생각하며 슬퍼했죠. ‘어떻게’가 아닌 ‘언제’ 성공할지가 관건이었어요. 나이를 한 살씩 먹는 게 늘 초조했거든요. 이젠 그 생각을 버렸어요. 배우에게 뭐가 중요한지, 드디어 깨달은 거죠. 다시 시작할 기회를 잡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었어요. 연기자로 성장하다 보면 좋은 모습이 점점 쌓여갈 거라 믿어요. 묵묵히 연기하며 길게 나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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