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택시기사는 어디로 갔을까

그 많던 택시기사는 어디로 갔을까

기사승인 2021-12-12 06:00:02
택시회사에 택시들이 주차돼있다. 이중 절반은 운행을 안 한다. 송금종 기자 

“어느 회사건 똑같다. 가동률이 50% 넘는 회사가 거의 없다”


법인택시업계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손님이 줄자 사납금 부담을 이기지 못한 기사들이 하나, 둘 운전대를 놓고 있다. 최근 기자가 만난 서울개인택시조합원 A씨는 법인택시를 10년 몰고 개인택시로 업종을 바꾼 베테랑이다. A씨는 “매일 사납금 맞추기 힘들다”며 “회사마다 다른데 지금 16만 얼마라고 하더라. 요즘 같은 때 살인적인 금액이다”고 혀를 찼다.

법인 택시기사는 매일 수익 중 일정 금액을 납입해야 한다. 액수가 부족하면 월급에서 떼거나 사비로 충당해야한다. 위드코로나와 함께 영업시간 제한이 풀리면서 사정은 나아졌지만 택시수요는 여전히 적다. 여기에 사납금은 생계에 지장을 줄만큼 치명적이다.

A씨는 “사납금을 못 채웠는데 딱지라도 하나 끊으면 그날 마이너스(-)”라며 “이런 이유로 다 그만뒀고 택시회사마다 기사가 부족한 상태”라고 전했다. 퇴직자들은 배달이나 대리운전으로 빠진다고 A씨는 전했다.

택시기사는 실제로 많이 줄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시기인 지난 8월 기준 전국 법인택시기사는 7만7934명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2월 말(10만2320명)과 비교하면 24만386명(23.8%) 줄었다.

택시회사들이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택시 기사를 모집하는 문구가 눈에 띈다. 송금종 기자 


택시기사가 줄면서 가동률도 반 토막이 났다. 가동률이란 실제 운행하는 택시 비율을 뜻하는데 이 비율이 절반이 안 되는 택시회사가 태반으로 나타났다. 관악구 B운수기사 C씨는 “택시 기사가 많이 줄었다. 우리 회사도 택시 20대 정도 죽여 놓고 가동률이 50프로도 안 된다. 어느 회사나 50프로 넘는 회사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수익이 줄어든 와중에 취업난까지 겹쳐 새 일자리를 구하기도 힘든 요즘이다. 현직 택시기사 대부분은 생계를 위해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C씨는 “야간을 뛰어도 20만원 벌기도 힘들다”며 “처우가 나쁜데 누가 하루에 열 몇 시간씩 일하느냐”고 혀를 찼다. 그는 “한 달에 150(만원), 잘 벌어야 200(만원) 벌고, 목숨 걸고 일하면 한 달에 300(만원)이상 챙기는데 그것만으론 가족 먹여 살리기 힘들다”며 “기본적으로 택시 요금이 싸다”고 꼬집었다.

이어 “택시가 고급운송수단이라고 해도 솔직히 승객들도 기사를 그만큼 대우하지 않는다. 인격 모독도 많이 당했다”며 “솔직히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우니까 뭐라도 해야 해서 하는 거다”고 씁쓸해했다.

D사 관계자는 “택시회사는 10년, 20년 전에도 항상 사람이 부족했다”며 “코로나 이전에는 취업 문의가 월 2~30건은 있었지만 코로나가 터지고 월 3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D사도 코로나를 피하지 못했다. 택시 81대 중 15대가 운행을 멈췄고 남은 66대 중 빈 차도 많다. 매출은 코로나 이후 30%나 감소했다.

택시기사는 나날이 주는데 더 큰 문제는 공백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유가 뭘까. 업계는 사회인식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벌이도 시원찮은데 부정승차, 부당요금 등으로 나쁜 이미지가 박힌 탓에 택시기사를 직업으로 삼으려는 이들이 적다는 것. 이렇다보니 기사 연령도 높아지고 있다. 60~70대 기사가 흔하다. 

D사 관계자는 “택시 기사는 돈만 밝힌다는 선입견이 깔려 있다. 신문기사를 보더라도 그렇다”며 “대중은 부정적인 기사나 댓글만 자주 접하다보니 이 직업을 선택하려는 사람도 점점 주는 거라 생각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수에 의해서 다수가 욕을 먹는 상황”이라며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택시회사들은 소개비와 입사장려금도 걸고 택시기사를 구하고 있다. 송금종 기자


처우개선을 해서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맞추지 못하면 택시 업계는 갈수록 사향할 거란 예측도 나왔다. 3년 안에 도산하는 택시회사가 수두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회사는 구인난을 해결하기 위해 기사 소개비와 입사 장려금도 주고 있다.

D사 관계자는 “기사를 유입하려면 처우를 개선하는 수밖에 없다. 기본요금 인상이나 대중교통 편입에 의한 공적자금 투입”이라며 “하지만 택시 요금을 올리면 좋아할 사람 아무도 없고 어떤 시장이, 정치인이 목소리를 들어주겠냐. 이 또한 공허한 소리”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최근 정부가 강조하는 전액관리제도 사실상 시장을 모르는 소리라는 지적이다. 전액 관리제는 그날 수익을 모두 납입하는 제도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보험 등으로 빠지는 금액이 많아져 실수령액이 줄어든다. 현재 사납금을 납입하는 정액제와 상반된다.

서울역 앞 택시 승강장. 택시기사들이 부지런히 손님을 모으고 있다. 송금종 기자 

D사 관계자는 “택시기사 10명 중 10명이 전액관리제를 반대한다”라며 “눈에 보이지 않은 세금과 돈이 실질적으로 차이가 나는 게 50(만원)정도 차이 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액관리제를 실시하면 기사 이탈 현상도 심해질 것”이라며 “노동력을 상실하느니 과징금을 내는 게 차라리 더 낫다”고 덧붙였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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