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나와봐” 다툼에 QR먹통까지…방역패스 의무화 첫날 [가봤더니] 

“너 나와봐” 다툼에 QR먹통까지…방역패스 의무화 첫날 [가봤더니] 

기사승인 2021-12-14 06:00:01
손님들이 식당 입장을 위해 방역패스 관련 앱 설치 설명을 듣고 있다   한전진 기자
급하게 앱을 설치하는 손님들이 대부분 이었다.  한전진 기자

“어르신들은 할 줄도 몰라. 아까는 QR까지 ‘먹통’이 되는 거야. 사람들은 기다리면서 욕하고. 정말 이대로라면 못해. 못해.”

방역패스 의무화가 시작된 13일 점심시간. 명동의 한 칼국수집 입구에서 손님들의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던 직원 A씨는 “코로나 때문에 10년 늙을 것, 1년 만에 늙어버렸다”라고 토로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QR 마비에 사람들은 계속 줄서고, 확인은 안 되니 입장도 못시켰다”라며 “어떤 손님은 화가 나서 내게 ‘너 나와봐’라고 화도 내더라”라고 털어놨다. 

정부는 이날 자정부터 계도기간을 마치고 식당과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에 ‘방역패스’를 본격 확대 시행했다. 앞으로는 식당과 카페에서도 백신 접종 정보가 연계된 QR코드를 찍거나, 종이 접종 증명서를 제시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기존의 수기명부와 안심콜은 사실상 금지된다. 갑작스러운 방역 조치 강화에 시행 첫날 현장에서는 혼선이 이어졌다. 

방역패스 확인으로 매장 입구에서 몇 시간째 서 있었다는 A씨는 “점심시간 같이 샐러리맨들이 물밀 듯이 몰려드는 시간이면 그냥 확인도 안 받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태반”이라며 “앱을 설치하다 포기하고 그냥 돌아가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라고 했다. 

그는 “고령의 손님들은 10분 넘게 알려줘도 이해를 못 하신다”라며 “주민등록증에 접종 완료 스티커를 붙여주거나 안심콜 같은 대체 수단을 마련해주면 좋을 텐데, 손님도 상인도 스트레스만 늘어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건 잘못된 정책”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손님들도 시행 첫날 불편을 겪긴 마찬가지였다. 이날 점심시간, 접속이 몰리면서 질병관리청 쿠브(COOV·전자예방접종증명서)앱은 1시간 넘게 오류가 발생했다. 직장인 문모씨(33)는 “이날 12시 15분쯤부터 COOV 앱 먹통, 카카오톡에서도 백신접종증명서가 로딩이 안돼서 사람들이 발만 동동 굴렀다”며 “질병관리청 문자 등으로 겨우 증명했다”라고 했다.

방역 패스 시행 입간판이 세워진 한 카페.    한전진 기자
방역패스 입장에 어려움을 겪는 손님들도 이따금 줄이 늘어섰다    한전진 기자

‘안심콜’과 ‘수기명부’를 방역패스로 착각하는 식당들이 대부분이었다. 기자가 무작위로 시청, 광화문, 명동 등의 식당·카페 10곳을 방문한 결과 ‘방역패스’를 제대로 확인한 곳은 앞서 칼국수집 한곳에 그쳤다. 이외의 업장들은 구두로 접종 여부를 묻거나, ‘안심콜’과 ‘수기명부’ 작성만으로 입장이 가능했다. 식당 주인들은 “방역패스가 구체적으로 뭔지 몰랐다”라고 입을 모았다.

북창동 먹자골목의 한 보쌈집에서 만난 점주 B씨는 “안심콜이 안 되면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라며 “구체적으로 (방역패스를) 어떻게 하는 건지 알려 달라”며 기자에게 도움을 청했다. 실제로 그의 가게에는 QR 확인에 필요한 별도의 스마트폰도 없었다. 유성 매직으로 꾹꾹 눌러 쓴 080 안심콜 전화번호만 벽면에 덩그러니 붙어 있었다. 

B씨는 “지금까지 방역 정책을 잘 따랐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가만히 있다 법을 위반하게 생길 판”이라며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지도 않고 갑자기 벌금을 물린다고 하니 당혹스럽다”라고 답답해 했다. 그는 “안심콜로도 접종 여부를 확인하게 해주던지, 좀 더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라고 성토했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연일 방역패스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계도 기간을 연장하고 방역패스 인프라 구축비용 등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라며 “방역패스를 준수하지 못하면 영업중단이라는 가혹한 처벌까지 받게 되는데 물리적으로 어려운 형편에서 이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방역패스가 소상공인들을 범법자로 내몰고 있다”며 “무엇보다 소상공인에게 과태료와 행정처분을 내릴 것이 아니라 방역패스를 위반한 당사자에게 책임을 물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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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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