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오르면서 금융사들의 여수신금리가 일제히 오르고 있다. 특히 대출금리가 큰 폭으로 올라가면서 금융당국의 ‘눈치’를 받는 금융사들이 수신금리도 함께 인상하고 있다. 하지만 금리인상을 공언했다 철회하는 경우도 있어 금융소비자들의 불편함이 야기되고 있다.
시중은행 예금금리 2.0%대 돌입…저축은행 평균 예금금리 2.36%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을 필두로 국내 수신 영업 금융사들이 예·적금 상품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들의 예금과 적금 인상분을 비교하면 최소 0.25%p에서 0.4%p를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들은 이번달 초 최대 0.4%p 예·적금 금리를 일괄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여기에 농협은행은 정기예금 금리를 0.25~0.35%p, 적금 금리를 0.25~0.4%p 인상했다.
시중은행 금리가 오르면서 인터넷은행들도 금리 인상에 동참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8일 예적금 금리를 최대 0.4%p(3년 만기 정기예금) 인상했다. 정기예금(1년 만기 기준)의 금리는 기존 1.5%에서 1.8%로 0.3%p올랐다. 우대금리까지 포함하면 최대 연 2.1%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케이뱅크도 질세라 수신금리 인상대열에 합류했다. ‘코드K 정기예금’의 금리는 가입 기간별로 1년 이상은 연 1.5%에서 2.0%(0.5%p), 2년 이상은 연 1.55%에서 2.1%(0.55%p) 올렸다. 특히 가입 기간 3년 이상의 경우 1.6%에서 2.2%로 0.6%p 상향 조정했다.
저축은행들의 경우 이미 금리인상이 적용됐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4일 기준 전국 79곳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연 2.36%로 집계됐다. 애큐온저축은행 ‘플러스회전식정기예금’이 연 2.75%, 동원제일저축은행과 ES저축은행의 정기예금은 각각 연 2.70%의 이자를 제공한다.
수신금리 인상에 금융소비자 ‘역무브’…금리인상 철회하기도
반면 수신금리 인상분을 되려 낮추는 곳도 있다. 이번달 초 토스뱅크는 예금 잔액이 1억원을 넘어가면 초과분에 0.1%로 대폭 낮아진 금리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당초 토스뱅크는 출범 당시 금액 조건 상관 없이 예치만 해도 연 2%대의 금리를 지급한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10일만에 대출영업을 중단한 토스뱅크가 역마진을 우려해 금융소비자 혜택을 축소한 셈이다.
OK저축은행은 금리인상을 예고했다가 돌연 철회했다. 지난 7일 OK저축은행은 OK파킹대박통장 금리를 연 최고 2% 수준으로 올린다고 공지했다. 기존에는 5억원 이하 연 1.5%, 5억원 초과 연 1.0%였지만, 5억원 이하 2%, 5억원 초과 1.5%로 인상하겠다는 것.
하지만 14일 OK저축은행은 다음달 4일부터 ‘OK파킹대박통장’과 ‘OK e-파킹대박통장’ 상품 금리를 현행 5억원 이하분 연 2.0%, 5억원 초과분 연 1.5%에서 2억원 이하분 연 1.3%, 2억원 초과분 연 0.3%로 낮춘다라고 재공지했다. 금리를 최대 0.7%p까지 낮추게 된 셈. OK저축은행 관계자는 “금리 변경은 일주일이 아닌, 월 단위로 변경된 것이며 수신금리 인하에 따라 사전 공지했다”며 “해당 상품의 금리는 특판이 종료됨에 따라 정상 금리로 돌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금융사들이 수신금리를 두고 ‘오락가락’하는 이유는 예대율 관리 차원으로 분석된다. 그간 코로나19로 인해 저금리 기조가 지속됐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적금 금리도 함께 올라가게 됐다. 이에 금융소비자들이 높아진 수신금리에 매력을 느껴 자금이 몰리는 ‘역무브’ 현상이 일어난 것.
실제로 기준금리를 1%로 올린 지 보름만에 5대 은행 정기예금에 6조원 이상의 자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10일 기준 659조2629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준금리를 0.75%에서 1%로 올린 지난 11월25일 직전일인(24일)과 비교하면 6조1275억원이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예금이 무작정 늘어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역마진을 우려한 금융사들이 수신금리를 내리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