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에서 돌고래 보고 스노클링... 신개념 제주도 여행 개척

어선에서 돌고래 보고 스노클링... 신개념 제주도 여행 개척

[다시 여행이다 - 차세대 리더에게 듣다] ⑧ 디스커버제주 김형우 허진호 공동대표

기사승인 2021-12-21 06:01:01
코로나19로 여행이 우리를 떠났다. 오랫동안 여행은 금기어였다. 위드코로나를 앞두고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암담한 시간 속에서도 더 나은 여행을 꿈꾸며 묵묵히 내일의 여행을 기획했던 이들이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바꾼 여행업계 차세대 리더들을 만나보았다.

① 여행업계 앙팡테리블 -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
② 코로나19 극복 산증인 - 이영근 한국스마트관광협회 회장
③ 모빌리티 플랫폼의 빈틈 - 최민석 무브 대표
④ 한국형 도시민박 도전 - 조산구 위홈 대표
⑤ 부산 사나이, 광주의 기억을 되살리다 - 이한호 주스컴퍼니 대표
⑥ 오버하는 공무원, 제천을 맛의 도시로 만들다 - 이정희 제천시 미식마케팅팀장
⑦ 버려진 고택 4천평,  곰탕 다음 가는 나주 명물이 되다 - 남우진 마중39-17 대표


제주도 주민들의 어선을 타고 스노클링을 즐기는 디스커버제주 여행객들. 디스커버제주 제공


여행이 변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바뀌고 있었다. 팬데믹에 변화는 더욱 가속화 되었다. ‘지금껏 알지 못했던 제주를 발견하다’는 주제의식을 가지고 2016년 설립한 디스커버제주는 이 높은 파도를 가장 매끄럽게 극복한 여행기업이다. 코로나19에도 매출 성장세가 꺾이지 않았다.

비결을 요약하면 이렇다. 1) 변화된 여행자들의 취향을 겨냥했다. 2) 해외여행 대신 제주에 오면서 특수가 생겼다. 3) 단체여행에서 개인여행 위주로 이뤄질 때 이에 적합한 아이템을 제시했다. 4) 고령층과 가족단위 관광객이 감염 위험에 위축되고 2030이 여행시장의 주력이 되었는데 여기에 최적화된 아이템을 제공했다. 5)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쉽게 접하고 쉽게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방탄소년단이나 오징어게임으로 한류가 더욱 거세지면서 위드코로나 시대에 K-관광이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외국인들이 몰려와도 내놓을 밥상이 없는 것이 국내관광의 현실이다. 대형 여행사들이 아웃바운드(해외여행) 위주로 여행상품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독보적인 여행개발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디스커버 제주의 김형우 허진호 공동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어떤 계기로 디스커버제주를 시작하게 되었는가?


김형우(이하 김): 귀농을 10년 정도 준비했다. 제빵사, 양봉, 목조주택 만들기, 목공 등을 배우며 제주도로 귀농을 준비했다. 농사만 지어서는 먹고 살기는 힘들다고 판단해서 다양한 부가적인 사업들을 구상했다. 그러다 미국에서 20년만에 역이민한 친구가 제주에서 뭔가 벌려보자고 해서 의기투합했다. 한국관광공사 관광벤처 공모를 보고 그동안 귀농을 위해 준비했던 것들을 녹여내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는데 덜컥 합격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허(이하 허): 20여년 미국에 살다가 와이프 수술과 회복을 위해 제주에 몇 년 살기 위해 왔다. 대학 동기로 가장 친한 친구였던 김대표를 만났고, 제주에서 뭔가 재미있는 걸 만들기로 의기투합하고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허진호(왼쪽) 김형우 디스커버제주 공동대표가 나란히 앉아 웹사이트를 살펴보고 있다. 디스커버제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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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상품을 개발해서 비즈니스모델을 만드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김: 기존 여행사는 이미 트렌드에 뒤떨어진 패키지 위주의 상품만을 구성했고, OTA(온라인 여행사)는 관광지 티켓 위주로 똑같은 상품을 가격 경쟁만 하며 팔고 있었다. 우리는 ‘지금껏 알지 못했던 제주를 발견하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지역민이 주체가 되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를 만들었다. 지역에 머물고 교감하며 만들어야 했기에 기존의 탑다운형 시스템을 가진 플랫폼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실 경쟁력을 생각하기보다 그런 여행이 하고 싶어서 만들었을 뿐이다.

허: 무한한 상상력과 추진력이 우리의 가장 강점이 아닌가 싶다. 
김대표는 대외 업무와 컨텐츠 기획을 주로 하고 나는 IT관련 및 내부 업무 위주로 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업무가 나뉘어졌지만 대부분 같이 상의하고 결정하고 있다.

-디스커버제주는 어떤 성장 과정을 거쳤나?

허: 2016년 한국관광공사 관광벤처 공모전이 되면서 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제주관광공사 제이스타트업, 제주테크노파크 혁신창업기업 및 벤처기업 인증 등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씨드투자까지 받았다. 다양한 기관에서 인정을 받았던 이유는 우리가 잘나서가 아니라 사업 모델이 지역민들과 상생을 추구하기 때문이 아니였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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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CEO는 원래 어떤 일을 했나?


김: 다양한 일들을 했다. 지금까지 찍은 명함이 20개는 넘는 것 같다. 홍대 카페, 영상제작업체 공동창업, 독일계 포워딩회사, HSBC은행 팀장, 전북은행 대출위탁판매법인 대표, 부동산직거래사이트 창업 등등.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다 해보았다.

허: 베이스기타를 전공하러 미국에 음악 유학을 갔었다. 한국 최초의 베이스기타 솔로앨범도 냈고, 가수들 세션 및 녹음, 공연 활동을 했다. 미국에서 음악아카테미에서 음악 강의를 하면서 영상제작, IT 기반의 음악공유 플랫폼을 운영했다. 


밤배 낚시에서 은갈치를 잡은 관광객이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디스커버제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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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초기에는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김: 사실 우리는 그 전에도 힘들었다. 3년간 월급도 못가져가서 진호는 밤에 수제맥주집을 하고 나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생활비를 쓰면서 버텼다. 버틸수 있었던 비결은 우리가 진짜 원하는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 여행업에 종사하셨던 분들이나 투자를 많이 받아서 덩치가 컸던 OTA에 비해 우리는 고정비가 크지 않아서 코로나19 때문에 많이 어렵지는 않았다.


허: 코로나 초기에는 매출이 많이 줄었지만, 오히려 제주 특수로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우리가 운이 좋다는 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 때문인데, 우리가 즐겁게 일을 해나가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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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어느 정도 적응하면서 제주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디스커버제주는 어떤 성장을 거두었나?


김: 매년 거래액과 매출이 2배씩 성장하고 있다. 디스커버제주의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야생돌고래탐사, 볼레낭개 & 형제섬 호핑투어, 나뭇잎 보물지도 등이 있다. 어렵게 개발한 이런 여행이 안착할 수 있어서 기뻤다.

호핑투어에서 스노클링을 배우고 있는 관광객들. 디스커버 제주 제공


-볼레낭개 호핑투어는 어떤 여행상품인가?

허: ‘볼레낭개’는 배가 출항하는 보목항에 ‘볼레낭(보리장나무)’이 많았던 데서 유래한 이름인데, 지역 주민의 어선을 타고 섶섬으로 출항해 스노클링을 즐기는(호핑투어) 프로그램이다. 토박이들이 놀던 방식을 프로그램화하여 여행자들이 제주의 생활과 자연을 느끼도록 했다. 깨끗한 바다와 물고기떼, 산호초의 아름다움, 섶섬이 주는 인상때문에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제주 여행상품을 만들 때 가장 주안점을 두었던 것은 무엇인가?

김: 관광산업 수혜로부터 소외된 제주의 농어민들에 주목한다. 전시성, 일회성, 소모성으로 반짝하고 마는 축제가 아니라 지역민이 이미 가지고 있는 인프라를 이용한 프로그램으로 지속적인 수익을 내는데 주목한다.

허: 미쳐야 미친다고 했다. 디스커버 제주 멤버들은 각자 음악, 행글라이더, 낚시에 미치도록 빠져서 놀아보았다. 잘 노는 사람이 노는 프로그램을 잘 기획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려시대부터 이용한 목장 마로를 군용 험비로 질주하는 험비로드 투어. 디스커버제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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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상품 만드는데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김: 야생돌고래 탐사는 환경단체의 항의를 많이 받아서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우리는 국내에 없는 해외의 야생돌고래 탐사 관련 규정을 찾아서, 세계자연기금(WWF) 규정을 준수하며 여행을 진행했다. 누구라도 직접 배를 타서 돌고래와 교감하는 걸 느끼고 나면 이 여행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스스로 당당했다.


허: 처음에 돌고래탐사를 같이 하기로 한 선장님이 오픈전에 갑자기 못하겠다고 하셔서 김대표와 하염없이 제주도 포구들을 돌아다녔다. 지금은 전화위복으로 더 잘 되었지만 그때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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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 아이템은 날씨 영향을 많이 받지 않나? 해양 액티비티에는 날씨가 중요한데.

김: 학교 다닐 때 행글라이더 동아리 활동을 했는데, 자연에 순응하는 법을 배웠다. 인간은 자연 앞에서 한없이 작은 존재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내 공간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도 개발 중이다.


허: 날씨로 인한 예약 취소률이 30% 이상이다. 날씨를 감안해서 비지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보안해야 한다. 우리의 과제 중 하나다.

제주도 앞바다에서 뛰어노는 돌고래를 보는 프로그램은 돌고래의 안전을 위해 작은 낚싯배를 타고 진행한다. 디스커버제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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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들과 부대끼면서 여행상품을 만드느라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다. 기억나는 분이 있다면?

김: 
모든 분들이 한분 한분 감사하고 소중하다. 우리와 함께 프로그램을 만드는 지역민들은 단순히 거래 상대방이 아니라 같이 사는 이웃이고 동료들이다. 지속적으로 교감하며 프로그램을 개선해 나가고있다.

허: 지금은 보목어촌계 계장님이 되신 선장님이 기억에 남는다. 같이 볼레낭개 호핑투어를 만들었다. 도전적이고 뭔가 새로운 걸 시도하는 성격이 저희랑 잘 맞고 끈끈한 의리를 보여주는 멋진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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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제주 여행이 어떻게 바뀔 것이라고 보는가?


김: 전세버스는 남아돌고 렌트카는 부족한 현상에서 알 수 있듯이 단체여행에서 개별여행으로의 변화가 더욱 가속화 되었다. 아이를 동반하는 가족이나 고령층 같이 코로나에 신경쓸수 밖에 없는 분들의 여행이 크게 줄었고, 그 빈자리를 20~30대 세대가 메우면서 이들이 제주여행의 주류가 되었다. 해외여행에서 돈을 많이 쓰던 다이빙, 골프 여행객이 제주도에 급격히 증가했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이다. 이를 위해 FIT에 대한 접근성과 여행 편의성을 더 고민해야 한다.


허: 무척 힘든 과정이였지만 서두르지 않고 오리지날 프로그램 개발을 하며 한발씩 내딛어 왔다. 운이 좋게 오픈하는 오리지널 프로그램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히트를 쳤던것도 감사한 일이다. 제주는 젊은층이 많이 오다보니 다양화되고 세련된 콘텐츠 수요가 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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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느낀 우리나라 여행업계나 행정의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김: 가격 경쟁이 아니라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상품 개발로 경쟁하고, 남의 아이디어를 함부로 베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관광공사나 제주관광공사 등 관광 관련 기관에서는 적극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아쉬운 건 제주도의 여행업 창업시 자본금 규제이다. 제주도는 여전히 육지와 달리 일반여행업(현 종합여행업)을 하려면 필요한 자본금이 7배가 많은 3억5000만 원이다. 글로벌 OTA에 시장을 다 뺐기고 있는데 의미 없는 설립 자본금 때문에 스타트업의 창업 활성화만 막고 있다.

숲 속에서 다도를 즐기는 프로그램이 진행중이다. 디스커버제주 제공



-부산 
여수 등 제주 외의 지역으로 여행개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인가?


김: 2년전 디스커버-부산을 런칭하려다 코로나 때문에 오픈을 미뤘다. 이제 위드코로나로 전환된 것에 맞춰 제주 밖으로 나가보려고 한다. 제주에서 만든 로컬 중심형 여행 플랫폼의 모델을 검증했고 이를 전국적으로 또 글로벌로 확장하려고 한다.


허: 제주에서 시작했지만, 사업 초기부터 전국 확장과 글로벌 확장에 대한 목표가 있었다.
 천천히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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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 같은가? 글로벌 여행산업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는가?


김:이미 예상대로 되어가고 있는데, 발리처럼 장기 체류와 자연 체험형 여행으로 발전하리라 본다. 글로벌 여행산업에서 제주도가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항공 직항 노선을 유치해야 하는데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글로벌 여행지가 되기에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싶다.


허: 자연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등 예술과 문화 콘텐츠가 가득한 섬이 되어야한다. 한류가 전세계의 문화를 이끌어 나가듯, 제주도가 글로벌 여행산업의 메카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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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여행업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김: OTA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다. 국내에서 익스피디아나 부킹홀딩스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디스커버제주는 ‘디스커버 로컬라이프’ 라는 브랜드로 글로벌 진출을 준비중이다. 로컬투어 플랫폼답게 도시 하나하나씩 오픈 할 예정이다.


허: 여행업은 더욱 세분화되고 개인화 될것이다. 대중을 담당하는 여행비지니스의 영역보다 프라이빗한 경험과 팬덤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여행이 더욱 성장한다고 예상한다. 
시스템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치있고 재미있고 개성있는 여행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재열 여행감독 gosisain@gmail.com
고재열 기자
fattykim@kukinews.com
고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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