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가전업체 D사는 최근 신형 공기청정기 4종을 공개했다. D사에 따르면 필터와 제품 전체가 헤파(HEPA·High Efficiency Particulate Air) H13 등급을 충족하도록 봉인됐다. 보통 쓰이는 등급은 H13, H14, H15 다. 0.3㎛ 이하 초미세먼지를 99.95% 제거하면 H13등급이다.
등급이 높을수록 미세먼지 제거율은 높지만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등급이 높을수록 필터가 촘촘해 시간당 통과되는 공기 양은 줄어든다. 공기가 제대로 순환되지 않으면 모터에 과부하가 걸리고 고장 날 수 있다. 반대로 등급이 낮다고 미세먼지를 못 거르는 게 아니다. 중간 등급인 H13 효율이 가장 좋은 셈. 그래서 가장 많이 쓰이기도 하다.
헤파 등급은 또 유럽 규격이다. 자체 설계한 테스트를 통과하면 규격에 맞는 등급을 받기 때문에 성능과 무관하다. 실제로 헤파 등급은 기기 성능과 무관하다는 업계 소견이 나왔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 통용되는 등급이긴 해도 한국엔 따로 규격이 없다”며 “국내에서 좋은 제품 기준은 CA인증 여부로 판단 한다”고 말했다. 이어 “헤파는 제품을 고를 때 참고용”이라고 덧붙였다.
CA란 한국공기청정협회가 인정하는 ‘실내공기청정기 단체표준 인증’이다. 기업이 신청하면 인증 심사를 받을 수 있다. 꽤 까다롭다. 공장과 제품심사를 모두 통과해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의무는 아니다. 협회에 따르면 국내외 52개사가 CA인증을 받았다. D사는 인증을 받지 않았다.
협회 관계자는 “공기청정기를 판단할 때 ‘인증’과 ‘성적표’로 구분 한다”며 “인증서는 기관에서 심사를 거쳐서 기준을 통과하면 받는 것이고 성적표는 업체가 요청한대로 시험을 해서 이를 충족하면 결과를 주는 것”이라며 “온도측정과 똑같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도 공기청정기를 고를 때 CA인증마크가 붙었는지 확인해보는 게 좋다. 실제 대형마트에 가보니 인증을 받은 제품과 받지 않은 제품이 섞여 판매 되고 있었다. CA인증 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H마트 직원은 “모든 제품에 CA인증마크가 붙어있다”라고 했다가 미 인증 제품을 언급하자 뒤늦게 말을 바꿨다. E마트에선 “제품이 CA인증을 받았는지는 확인이 안 돼 직원을 연결해줘야 알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D사는 CA 미 인증에 관해 “제품을 연구, 개발하는데 있어 제품 실제 사용 환경을 이해하는 걸 언제나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며 “실제 거주 공간 평균 사이즈, 환풍기 유무, 실내 공기 오염원 등 주거 환경의 전반적인 특징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계 표준 제품 성능 측정인 CADR(공기청정화 능력)은 실제 거주 환경을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자체 폴라 테스트로 성능을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