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의 중소기업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5대 시중은행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은행연합회 금융소비자포털에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IBK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평균금리는 4.75%로 집계됐다.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중소기업 대출 평균금리가 3.92%인 것을 비교하면 훨씬 높은 수치다.
신용등급별로 평균 대출금리를 비교해보면, 1~5등급에서는 기업은행 대출금리가 5대 은행보다 높았다. 1~3등급의 경우 기업은행 대출 금리는 3.14%로 나타났다. NH농협은행이 2.86%로 두 번째로 높았으며 ▲우리은행(2.80%) ▲KB국민은행(2.73%) ▲하나은행(2.55%) ▲신한은행(2.52%)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4등급과 5등급도 기업은행의 대출 금리가 각각 4.05%, 5.53%로 가장 높았다. 다만 7등급 이하의 경우 대출 금리가 7.49% 타 시중은행 대비 가장 낮았다. 사실상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일수록 기업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시중은행들보다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하는 셈이다.
가산금리도 5대 시중은행들보다 더 높았다. 가산금리는 기준금리에 신용도 등의 조건에 따라 덧붙이는 금리를 말하는데, 개별 금융사마다 다르게 책정한다. 11월 기준 기업은행의 평균 가산금리는 4.64%로 가장 높았으며 ▲신한은행(4.54%) ▲우리은행(4.36%) ▲하나은행(4.35%) ▲농협은행(3.48%)가 뒤를 이었다.
기업은행은 설립 취지가 중소기업 금융 지원을 위해 설립된 대한민국의 국책은행이다. 지난 9월에는 금융권 최초로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200조원을 넘어서는 성과를 거뒀다. 중기대출은 2012년 3월 100조원, 2018년 9월 150조원을 달성한 이후 약 3년 만에 200조원을 돌파했으며, 시장점유율은 23.02%에 달한다.
실적도 최대치를 달성했다. 기업은행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7.9% 증가한 1조2143억원, 은행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178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같은 실적 향상을 두고 중소기업 지원 본연의 책무를 잊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전지예 사무국장은 “최근 금융사들이 코로나19라는 시국 속 역대급 실적을 찍고 있는 것은 금융사의 공적 역할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타격이 가장 심각한 가운데 이들을 지원해야 할 기업은행의 대출금리가 가장 높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최근 시장 자율이라는 근거로 개입을 피하고 있는데 금융소비자들을 위해서라도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금융소비자 지원 확대에 힘 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은행에서는 금리가 다른 은행보다 높은 것에 대해 신용도가 비교적 미흡한 기업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동일한 신용등급이라 하더라도 해당 등급을 구성하는 은행 내부 신용등급별 비중은 상이할 수 있다”며 “예상부도율이 높은 기업의 대출 취급비중이 시중은행보다 당행이 높은 경우 대출금리가 높게 산출된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