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좁은 시장통로. 그 사이로 오토바이가 사람과 사람 속을 헤집고 클랙슨을 울리며 달린다. 아이 손을 잡고 장을 보던 한 엄마가 놀라 행여나 다칠까 아이를 안는다. 사람과 오토바이 사이에는 밀치고 밀리는 신경전이 펼쳐진다.
빨리 가려는 배달 오토바이를 피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는 사람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왜 배달 오토바이가 시장 좁은 길로 이동하는 건지 눈살을 지푸리고 마저 보던 장을 보고 있다.
대전 대덕구 중리동에 위치한 전통시장에서 매일같이 일어나는 상황이다. 차가 진입할 수 없는 시장통로로 배달용 오토바이들이 들락거리고 있어 상인들과 장을 보는 소비자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수개월 전 중리전통시장 근처에 아파트단지가 재건축돼 입주를 시작, 젊은층과 거주세대가 많아지면서 시장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증가함에 따라 이런 불편함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중리전통시장에서 자주 장을 보는 주민 A씨(60대, 여)는 “시장에 나와 장을 보노라면 내 뒤에 오토바이가 따라온다. 사람들이 줄지어 이동하는 곳에 왠 오토바이인가 해서 봤더니 배달하는 오토바이였다”면서 “손녀를 데리고 장을 보는데 위험하기 짝이 없다. 클랙슨도 눌러대서 깜짝 놀란다. 오토바이가 뿜는 매연은 덤이다. 이러면 누가 시장을 좋아할까”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시장 상인 B씨는 “차량진입이 되지 않는 곳이라 오토바이로 배달을 할 수 밖에 없다지만, 시장통로 앞에 세워두고 걸어서 올 수 있다. 곳곳에 우회 통로가 있어 세워두고 오면 되는데 ( 사람이 있건 말건) 그냥 타고 온다. 진열해 놓은 음식들도 있는 곳인데 매연 따윈 아랑곳 하지 않고 휙 지나간다”고 말했다.
시장통로를 지름길이라 생각해 가로질러 가거나, 장을 보는 사람들 사이에 묻혀 안전사고 위험성을 높이고, 매연으로 인한 불쾌감 등 불편함을 안기면서도 전혀 단속되지 않고 있는 배달용 오토바이.
이에 대해 해당 지자체인 대덕구 관계자는 “차량 통행이 안되는 곳은 아니고, 편의상 차량통행금지 배너를 설치해 놓았다. 일방통행이 가능하다"며 "오토바이 배달은 상인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어 서로 이익되는 부분을 취합한 것이다. 아직까지 민원이 보고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관할 경찰서인 대덕경찰서 관계자는 “민원이 제기되고 불편 신고가 많으면 해당 통로에 대해 심의를 거쳐 (통행을)단속할 수 있다”면서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현장 점검 등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자치구와 관할 경찰서가 머뭇거리는 사이 그 피해는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돌아오고 있다. 관련 기관들이 ‘전통시장 살리기’를 말하면서도 정작 가장 기본적인 안전한 통행 확보를 외면한다면 ‘전통시장’은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지고 외면당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전=한상욱 기자 swh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