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금지 신청까지… 역사 왜곡 논란 ‘설강화’ 갑론을박 시끌

상영금지 신청까지… 역사 왜곡 논란 ‘설강화’ 갑론을박 시끌

기사승인 2021-12-22 15:46:51
JTBC ‘설강화 : 스노드롭(snowdrop)’ 포스터.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JTBC스튜디오.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JTBC ‘설강화 : 스노드롭(snowdrop)’(이하 설강화)을 두고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폐지는 없다”던 JTBC의 공식입장과 일부 옹호론이 고개를 든 가운데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22일 청년단체 세계시민선언은 서울서부지법에 ‘설강화’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세계시민선언 이설아 공동대표는 쿠키뉴스에 “정당한 비판에도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사과나 명확한 해명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JTBC는 채널 파급력이 큰 만큼 시청자들에게 왜곡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걸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를 적극 미화하고 있는 만큼, 더는 희생당한 시민들에 대한 모독행위를 할 수 없게끔 중단시키고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설강화’는 민주화운동이 빈번하던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한 명문대생과 여대생의 사랑 이야기다. 사전 시놉시스 유출로 불거졌던 왜곡 의혹에는 선을 그었다. 하지만 1, 2회에서 간첩인 남자 주인공이 운동권 학생으로 오인받는 장면과 그를 쫓는 안기부가 정의롭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며 논란이 재점화됐다. JTBC는 21일 입장문을 내고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는 간첩이나, 남녀 주인공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이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역사 왜곡과 민주화 운동 폄훼 논란에는 “향후 전개를 보면 오해 대부분이 해소될 것”이라는 답을 내놔 뭇매를 맞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논란은 더 거세졌다. 드라마가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과 이한열 사망 사건 등이 있던 당시를 배경으로 한 만큼 박종철·이한열 열사 측이 직접 나서 유감을 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설강화 방영 중지’ 청원은 이틀 만에 33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불매 조짐이 보이자 제작지원사와 광고주, 협찬사 등은 철회 의사를 밝혔다. 한 네티즌은 “JTBC 사장과 ‘설강화’ 감독, 작가 등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국민 신문고에 고발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각계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는 SNS에 “운동권에 잠입한 간첩, 정의로운 안기부, 시대적 고민 없는 대학생, 마피아 대부처럼 묘사되는 유사 전두환이 등장하는 드라마에 문제의식을 못 느낀다면 오히려 문제”라면서 “창작의 자유는 역사의 상처 앞에 겸허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장은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피해자를 배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옹호론도 나왔다. 기경량 가톨릭대 국사학과 교수는 SNS에 “안기부 미화나 민주화 운동 폄훼 등 의도성은 발견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설강화’ OST 작업에 참여한 가수 성시경은 ‘표현의 자유’를 들어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야 한다. 의견이 다르다고 배척하는 생각은 위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강화’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으나 JTBC는 ‘폐지는 없다’는 입장이다. JTBC 측은 “‘설강화’는 가상 이야기로, 권력자들에게 희생당한 이들의 개인 서사를 보여주는 창작물”이라면서 “JTBC의 핵심 추구 가치는 콘텐츠 창작의 자유와 제작 독립성”이라고 말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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