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폭 ‘최대’ 실손보험료 인상, 금융소비자 ‘부글부글’

적자폭 ‘최대’ 실손보험료 인상, 금융소비자 ‘부글부글’

실손보험료 인상폭 결정 31일 결론 못내면 내년으로 넘어가
금융소비자단체 “손해율 핑계로 금융소비자 부담 전가” 비판

기사승인 2021-12-31 06:10:02
그래픽=이정주 디자이너

올해 실손보험 적자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의 고심이 깊다. 실손보험 인상폭을 두고 해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금융소비자들은 손해율을 핑계로 보험료 인상을 진행한다며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내년도 실손보험료 인상률 지침을 결정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다. 실손보험은 국내 총 가입자가 3500만명에 달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고 있다. 국내 보험료 인상률은 업계 자율로 정하는 게 원칙이지만, 금융당국이 매년 보험사에 지침을 내리는 식으로 보험료 인상률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근 보험업계는 금융당국으로부터 내년도 실손보험료를 평균 9∼16% 인상하는 초안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1세대 실손(구 실손·2009년 9월까지 판매)과 2세대 실손(2017년 3월까지 판매) 보험료는 평균 15%, 3세대 실손(신 실손·2017년 4월부터 판매) 보험료는 평균 8.9% 인상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고 해명한 상황이다.

현재 실손보험의 적자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실손 평균 손해율은 9월말 기준 131.0%에 달한다. 100원의 보험료를 받아 130원 이상을 보험금으로 지급한 셈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일반 실손보험 ‘손실액’은 1조9696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손실액은 계약자가 낸 보험료 중 사업관리·운영비용을 제외한 ‘위험보험료’에서 ‘발생손해액(보험금 지급액)’을 차감한 금액으로, 마이너스 값은 실손보험 적자를 의미한다.

보험업계에서는 이같은 적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실손보험 인상폭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험사는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률이 평균 20% 이상으로 책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여기에 더해 적자 폭이 큰 1세대와 2세대 실손의 경우 법정 상한선인 25%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2018년 122%, 2019년 136%, 2020년 132%, 올해는 131%을 넘어섰다”며 “업계에서 보는 적정 손해율은 80%인데, 정상화까지는 힘들더라도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선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10%대 초반 선에서 인상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금융당국은 아직까지 보험료 인상폭을 최종 확정하지 못한 상황. 업계에서는 인상폭 확정이 내년까지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막바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고 위원장은 30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이나 소비자 보호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막바지 협의 중”이라며 “올해 안에 발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곧 결론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소비자단체는 보험료 인상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과도한 사업비를 줄이고, 눈에 보이는 보험금 누수를 막으면 관리가 가능한데 이를 그대로 방치하고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

금소연 관계자는 “실손보험료 손해율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은 과다한 사업비 사용, 과잉진료 등 보험금 누수”라며 “이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소비자들이 파악하기 어려운 ‘손해율’을 핑계로 손쉽게 보험료를 인상해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홍 금소연 보험국장은 “당국과 보험사들은 손해율이 커지는 구체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먼저 보여주고 소비자들을 이해시켜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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