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전염병이 2년간 이어지는 가운데 지방금융은 역대급 호실적을 이뤄내는데 성공했다. 특히 수도권에 위치한 4대 금융지주의 성장률을 뛰어넘는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다만 비대면 금융서비스의 급속한 확대로 핀테크 업권이 성장하면서 새로운 경쟁자가 생겨난 것은 지방금융사들의 고민이다. 이에 지방금융사들은 2022년 핀테크업권과 협업을 진행하면서 자체적인 디지털 금융 역량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지방금융 성장세, 4대금융 넘었다
3분기까지 BNK, DGB, JB금융지주 3사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순이익 부문에서는 국내 4대 금융그룹의 지표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성과를 거뒀다.
금융권에 따르면 BNK, JB, DGB금융지주 3사의 합산 누적 순이익은 1조5733억원으로 집계됐다. 개별 금융지주별로 살펴보면 BNK금융이 7434억원, DGB금융이 4175억원, JB금융이 4124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지난 상반기 JB금융이 DGB금융을 뛰어넘었지만 이번에 다시 DGB금융이 JB금융을 뛰어넘는데 성공했다.
지방금융지주 3분기 순이익만 살펴보면 4대 시중은행보다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3개 지방금융의 3분기 순이익은 모두 54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376억원)과 비교해 62.4% 늘었다. 4대 금융의 지난해 대비 3분기 기준 순이익 증가율인 16.1%에 비해 약 4배 높다.
지방은행의 실적 향상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 규제가 시중은행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지방은행에 대출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가계대출 증가추이를 보면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은 3분기 원화대출금 중 가계자금 규모가 지난해 말과 비교해 13.3%, 16.5% 증가했으며, 대구은행은 같은기간 8.2% 증가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올라가며 NIM(순이자마진)도 함께 상승했다. BNK금융의 그룹 NIM은 작년 동기 대비 0.09%p 개선된 1.91%로 나타났고, DGB금융은 0.09%p 상승한 1.95%로 집계됐다. JB금융의 전분기 대비 0.03%p 개선된 2.86%로 집계됐다.
지방금융 성공, 비은행 전략 ‘통했다’
지방금융지주의 실적 향상은 시장의 영향도 있지만 비은행계열사의 확충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분기 기준 BNK금융지주의 비은행부문 실적은 전년대비 98.6% 증가한 2375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계열사별로 살펴보면 BNK캐피탈은 전년(638억원) 대비 73.7% 증가한 1108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했고, BNK투자증권은 IB부문의 수수료수익 및 유가증권 관련 이익 증가로 전년동기 대비 171.7% 늘어난 981억원이란 어마어마한 실적을 기록했다.
DGB금융그룹의 경우 대구은행의 실적이 늘어난데 이어 비은행계열사도 약진했다. 하이투자증권과 DGB캐피탈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각각 1301억원, 61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1.5%, 117.3% 늘어나 3분기 기준 지난해 총 연간 순이익을 뛰어넘었다.
JB금융그룹도 마찬가지다. JB우리캐피탈은 전년동기 대비 66.4% 증가한 142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그룹의 이익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JB자산운용은 59억6000만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그룹의 손자회사인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의 경우 13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방금융은 2022년에도 비은행 강화에 힘쓸 계획이다. BNK금융은 서울 소재 은행의 CIB센터를 부서로 격상해 IB 관련 영업력을 강화하고, 전문 인력을 확충했다. DGB금융 또한 IB부문 강화를 위한 그룹 차원의 협업을 강조했다. JB금융의 경우 타 지방금융 대비 증권사와 저축은행이 없는 만큼 M&A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자 ‘핀테크’ 등장…디지털 강화 모색
2021년 핀테크 업권이 성장하면서 지방금융들은 연이은 호실적에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올해 급속 성장한 인터넷전문은행들이나 온라인투자연계금융사들은 경쟁시장인 ‘중금리대출’ 시장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상대들로 거듭나게 됐다.
이에 따라 지방금융사들이 핀테크 업권과 협업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병윤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지방은행의 경영환경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지방은행이 4차 산업혁명 디지털금융의 확산 핀테크 등 신 경쟁자 출몰 등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에 놓여있다”며 “지방은행은 핀테크·빅테크와의 제휴 강화를 통해 부족한 디지털 경쟁력을 보완하고 영업·마케팅에서 도움받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지방금융사들은 빅테크 협업과 디지털 강화 등에 힘쓰고 있다. BNK금융그룹 계열사인 BNK부산은행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디지털금융본부 내 언택트영업부를 고객지원본부로 편제를 조정했다. 이를 기반으로 비대면 영업뿐 아니라 대면영업도 포괄하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일관된 전략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JB금융그룹 계열사인 광주은행도 디지털본부를 디지털전략본부와 디지털영업본부로 이원화시키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또한 디지털전략본부 산하에는 디지털채널부와 마이데이터사업팀을 신설하고, 기존 고객센터를 디지털영업본부 산하로 이동 배치해 전문성과 수익성을 강화했다.
DGB금융그룹은 지방금융 중 메타버스 산업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즈니스 미팅도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한 비대면 만남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활용한 경영진회의를 시작으로 이프랜드를 활용한 음악회, 스페이셜에서의 사내모임, 최고경영자(CEO)와 MZ세대 직원 간 게더타운 타운홀미팅 등 그룹 임직원 대상으로 다양한 디지털 체험 및 소통을 실시하고 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