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도 백신 부작용 걱정하는데…접종기피 확산하나

의료인도 백신 부작용 걱정하는데…접종기피 확산하나

천은미 교수, 1차만 접종 논란에 "백신 알레르기"
미접종자 "왜 위험 알려주지 않았나" 비판
"부작용 이해, 접종 권고는 의사 역할" 의견도

기사승인 2022-01-04 16:24:20
서울 관악구의 한 병원관계자가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다수의 방송에 출연해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권고하던 의료인이 정작 자신은 미접종자임을 고백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오랜 고민 끝에 백신을 접종한 이들과 미접종자들 사이에서는 비판과 옹호의 목소리가 뒤섞여 나온다. 

4일 쿠키뉴스와 인터뷰한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와 2·3차 접종을 앞둔 일부 시민들은 백신 접종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의료 전문가도 백신 2차 접종을 꺼릴 정도로 심한 부작용을 겪은 데 대한 두려움도 느껴졌다. 

앞서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전날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극심한 백신 알레르기로 코로나19 백신 1차만 접종받을 수밖에 없었다"며 "차라리 의사를 그만둘까 생각까지 하다가 결국 1차를 맞았는데 또 3개월간 부작용에 시달렸다. 부작용이 심한 날은 유서 쓸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천 교수가 지난달 31일 YTN 뉴스라이브에 출연해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곳에 대한 형평성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1차 접종밖에 못했다고 고백한 이후 논란이 확산하자 재차 해명에 나선 것이다. 천 교수의 해당 발언이 알려진 이후 온라인에서는 그가 지난해 3월 발간된 정부 홍보물을 통해 "지금은 '빨리, 많이 ' 접종하는게 중요하다"고 한 백신 접종 독려 발언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미접종자인 30대 주부 최모씨는 "이 의료인의 백신 권고를 믿고 접종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라며 "목숨을 건다는 느낌으로 1차를 접종했다고 하는데 (의사인 자신이 경험한) 위험을 왜 알려주지 않고 (시민들에게) 다 맞는 게 좋다고 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30대 청년 조모씨는 "의료 전문가가 백신 알레르기를 겪었다면서 그런 부작용에 대한 대처도 마련하지 않은 채 접종을 권유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백신 접종 후 탈모가 오거나 응급실에 실려 간 주변인의 사례들로 인해 접종을 꺼린 것이기 때문에 의료인의 백신 거부가 접종 결정에 어떠한 영향을 주진 않는다"고 했다. 

20대 청년 김모씨는 최근 취업 준비를 위해 별수 없이 1차 백신을 접종했다고 밝히면서 "백신 맞고 이상 반응이 있어도 인정받기 힘들고, 접종하라고 권고한 전문가는 미접종자라고 하는 게 현실인데 백신을 맞기 싫은 일반인은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때문이라도 억지로 맞아야 하니 억울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분위기도 비슷하다. 일부 누리꾼들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관련 기사 댓글 등을 통해 "지금까지 가만히 백신 권고하다가 대형마트, 백화점 방역패스 한다니까 갑자기 양심고백한 것 아니냐" "백신 미접종은 개인 선택이라 존중하지만 정부 입장에서 백신 접종을 권장했던 부분에 대한 비판은 감수해야 한다" "본인이 그런 상황(위험)이었으면 최소한 방송에 나와 접종 권장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등 반응을 보였다. 

천 교수를 옹호하는 의견도 있다. 의료 전문가로서 국민에게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과 자신의 건강 문제로 접종을 하지 않는 것은 별개 문제라는 반응이다. 

건강상의 이유로 접종하지 못한 30대 여성 이모씨는 천 교수의 상황에 공감하면서 "비록 자신은 부작용이 때문에 1차밖에 접종하지 못했지만, 백신이 위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을 낮추는 만큼 의사로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천 교수의 사례를 바탕으로 백신 부작용이 다시 이슈가 되면서 방역당국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인터뷰에 나선 시민들은 오히려 부작용 우려가 더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같은 부작용 우려와 접종을 꺼리는 분위기는 이런 이슈에 예민한 소아·청소년의 접종률 제고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실제 이날부터 생일이 지나 만 12세가 되는 2010년생 청소년 대상 사전예약이 시작됐지만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2010년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와 맘카페 등에 "학교에서 백신 안내 문자가 왔는데 걱정된다" "올해는 최대한 버티겠다" "올해는 패스하겠다" 등 반응을 보였다. 

2010년생 자녀를 둔 임모씨는 "백신 부작용 뉴스를 볼 때마다 '내 아이는 절대 백신을 안 맞추겠다'고 생각했지만, 이점을 생각하면 맞추는 게 맞는 것 같아 고민"이라면서 "정부가 2010년생은 올해 청소년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밝힌 만큼 상황을 좀 더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 0시 기준 12~17세 2차 접종 완료율은 50.8%다. 1차 접종 완료율은 75.1%다. 소아·청소년이 오는 3월 시행되는 방역패스를 적용받으려면 적어도 이달 24일까지는 1차 접종을 마쳐야 한다. 올해 접종대상이 된 2010년생은 청소년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는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서명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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