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겨울 대축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이 기대와 우려 속에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오는 2월 4일 개막 팡파르를 울린다. 전 세계 90여 개 국가에서 온 5000여 명이 2월 20일까지 총 109개의 금메달을 놓고 열전을 벌인다. 베이징은 지난 2008년 하계올림픽도 개최했는데, 한 도시에서 동·하계올림픽이 모두 열리는 건 올림픽 역사상 처음이다.
올림픽조직위원회(IOC)가 도쿄 올림픽부터 이번 대회까지 연대를 강조하는 가운데, 대회 슬로건은 ‘함께하는 미래(Together for a Shared Future)’이며 메달 이름은 ‘동심’으로 결정됐다. 대회 마스코트는 얼음 옷을 입은 판다를 형상화한 ‘빙둔둔’으로 정해졌다.
코로나 시대 2번째 올림픽
이번 대회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확산 후 열리는 두 번째 올림픽이다. 동·하계 올림픽은 2년마다 번갈아 열리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도쿄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2년 연속으로 올림픽이 열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을 비롯해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속도가 거세지면서 완벽한 방역 시스템 속에서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를 수 있느냐가 숙제로 남아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 대회로 열린 도쿄 올림픽과 달리 IOC와 중국 정부는 이번 대회를 정상적으로 진행한다고 계속 강조하고 있다.
조직위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버블 방역 강화로 사실상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면서 대회 관계자, 선수단, 취재진 등이 정해진 구역에서만 움직일 수 있도록 조치했다. 관중 입장 허용 여부는 조직위원회 차원에서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중국 본토 거주자 가운데 코로나19 방역 조건을 충족한 사람들의 경기 관람을 허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긍정적이지 않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우한, 스좌장, 시안 등에 대한 전면 봉쇄를 단행했으나 4일 코로나19 확진자 175명이 발생하는 등 중국 정부의 목표인 ‘제로 코로나’와 거리가 있다. 이에 중국의 설인 춘제 연휴를 앞두고는 이동 자제령까지 내렸다.
관중 허용과 별개로 박진감 넘치는 아이스하키 종목에서는 세계 최고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이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4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에 선수들을 보내지 않았던 NHL은 이번 베이징 대회에 선수들을 출전시킬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자 불참을 결정했다. 대회 흥행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환영받지 못하는 올림픽?
대회 개막이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파열음이 끊이질 않는다. 이번 올림픽은 코로나19 방역과 서방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외교적 보이콧’ 때문에 흥행 전망이 밝지 않다.
외교적 보이콧이란 선수단을 파견하지만, 개·폐회식 등 행사 때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 것을 말한다. 중국 신장 지구의 위구르 소수민족 탄압, 홍콩의 인권 탄압 등을 문제 삼아 미국이 지난해 12월 가장 먼저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후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가 합세했다. 중국과 갈수록 관계가 험악해지는 일본도 가세했다. 중국은 이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유럽 주요 국가들은 아직 유보적인 입장이다. 2024년 파리 하계 올림픽을 개최할 예정인 프랑스는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기로 했다. 독일은 올라프 숄츠 총리가 아직 참석 계획이 없다면서도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한국은 외교적 보이콧에 참여하지 않았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어떤 방식으로 참석할지 정부 내에서 여러 가지 상황을 검토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해 정부 대표단의 급과 참석 방식 등을 조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金 1~2개’ 한국의 소박해진 목표
4년 전 평창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로 종합 7위에 올랐던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는 목표를 대폭 하향했다. 금메달 1~2개로 15위 내 진입을 목표로 삼았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5일 베이징 올림픽 개막 30일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많은 금메달을 따기 어려운 환경이다. 메달을 더 따면 좋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목표는 현실적인 숫자”라며 “스노보드나 컬링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줄 것”이라고 밝혔다.
메달 ‘효자 종목’으로 불리는 쇼트트랙은 최근 크고 작은 사건 사고로 100% 전력을 구축하지 못했다.
쇼트트랙 간판 심석희는 A코치와 함께 다른 동료를 험담한 사실이 드러나며 자격정지 2개월 처분을 받아 베이징행이 어려워졌다. 평창 대회에서 쇼트트랙 남자 1500m 금메달을 수확했던 임효준은 동성 후배 추행 논란 후 중국 귀화를 택했다.
대회를 여는 중국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다. 홈 어드밴티지를 무시할 수 없는 데다 김선태 전 한국대표팀 감독을 총감독으로 선임하고, 러시아로 귀화했던 빅토르 안을 기술코치로 합류시키면서 전력 상승을 꾀했다. 한국은 최민정, 황대헌 등을 앞세워 중국의 도전에 맞선다.
스켈레톤의 윤성빈은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고, 최근 절정의 컨디션을 유지 중인 스노보드의 이상호가 메달권으로 분류된다. 여자컬링 국가대표 '팀 킴'은 4년 전에 이어 다시 한번 메달에 도전한다. 컬링 불모지의 설움을 딛고 평창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거머쥐었던 '팀 킴'은 이번 대회 출전권 획득에도 성공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남자 500m 김준호, 중장거리 간판 김민석, 매스스타트 정재원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