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완벽에 가까운 색을 구현하는 디스플레이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4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앙코르 호텔에서 QD(quantum dot·양자점)디스플레이를 탑재한 TV·모니터용 패널을 선보였다.
QD디스플레이는 세계 최초로 퀀텀닷을 내재화한 백라이트가 없는 자발광 디스플레이다. 퀀텀닷은 지름이 2~10나노미터(nm·1/10의 9제곱)에 불과한 초미세 반도체 입자다.
퀀텀닷 결정은 빛에 노출되면 특정 주파수를 띤 빛을 방출한다. 우리가 보는 빛은 파동, 입자 두 가지 성질을 띠는데 빛 알갱이인 광자에 빛을 쪼이면 더 높은 에너지대역으로 점프하는 들뜸과,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이완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에너지 차이가 빛 파장을 결정하는데 결정 크기에 따라 에너지 크기도 달라진다. 그래서 QD는 같은 물질에서 다양한 빛을 방출할 수 있다.
QD로 색을 표현하는 방식은 컨버전(conversion·변환)이다. 블루광원이 레드와 그린 QD물질과 만나 각 픽셀에 도포된다. 픽셀마다 광원 밝기를 조절할 수 있다.
0.0005니트(nit) 이하 트루 블랙부터 1500니트 최고 밝기까지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밝은 곳은 더 밝고 어두운 곳은 더 어둡게 표현할 수 있다. 제작자가 의도한 바를 그대로를 표현할 수 있는 셈. 소비자에겐 더 나은 입체감을 선사한다.
QD는 이런 특성 때문에 상용 디스플레이 중 가장 넓은 색 영역(DCI-P3 99% 이상, BT2020 90% 이상)을 지원해 자연색을 가장 풍부하고 세밀하게 표현하는 디스플레이로 평가 받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QD디스플레이는 현존 디스플레이 중 가장 넓은 색 영역을 표시할 수 있다”며 “LCD 백라이트와 달리 각 픽셀마다 휘도를 컨트롤하고 최적의 영상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QD디스플레이를 이용하면 시야각에서 생기는 왜곡도 최소화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는 빛의 직진성으로 인해 정면과 측면, 보는 위치에 따라 컬러나 밝기가 다르다.
QD디스플레이는 빛을 분산시키는 퀀텀닷 덕분에 화질 저하가 작다.
보통 시야각이 커질수록 휘도가 낮아지고 색상 왜곡이 발생한다. QD디스플레이 정면에서 60도 각도에 위치한 측면에서 시청했을 때 휘도가 80% 수준을 유지했지만 다른 디스플레이는 30~50% 수준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QD디스플레이는 그래서 게이밍 모니터로서 손색이 없다.
시중에 나온 게이밍 모니터는 모두 액정표시장치(LCD)기술을 쓰는데 최대 응답속도가 1ms다. QD디스플레이는 10배 빠른 0.1ms로 화면이 바뀌는 순간에도 끊김이나 끌림없는 선명한 화질을 구현한다.
모니터용 QD디스플레이는 업계 최고 게이밍 퍼포먼스 인증인 지 싱크 얼티밋(G-SYNC ULTIMATE)에 부합하는 성능을 확보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34형 패널은 게이머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최적의 제품이라고 생각한다”며 “모니터 말고도 TV패널도 콘솔 게임용으로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날 중소형 올레드(OLED) 제품과 함께 다이아몬드 픽셀을 소개했다. 다이아몬드픽셀은 400ppi 이상 고해상도 이미지를 구현하는 핵심기술이다. 다이아몬드 픽셀이라고 명명한 이유는 RGB(레드·그린·블루)를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배치해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레드 특징을 활용한 다양한 시제품도 공개했다. 상하좌우로 접는 게임기나 펼친 상태로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태블릿, 1200ppi 고해상도 올레드를 적용한 가상현실(VR) 기기 등이다.
삼성전자 폴더블 시리즈처럼 한 번 접는 방식에서 두 번 접을 수 있는 ‘멀티 폴더블’ 제품도 개발 중이다. 가령 S자 모양으로 접을 수 있는 ‘플랙스s’는 평소엔 스마트폰처럼 쓰다가 펼치면 12.4인치 대화면으로 쓸 수 있다.
Z플립 서브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부품을 줄이기 위해 한 개 디스플레이가 접었을 때 서브 디스플레이도 대체하는 비대칭으로 구조도 머지않아 등장할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소비전력을 낮추는 에코스퀘어올레드(Eco²OLED)기술도 소개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모든 디스플레이에 다는 편광판을 내장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갤럭시 Z폴드3에 적용됐다. 소비전력을 최대 16% 절감할 수 있는 유기재료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앞으로 차량용 디스플레이에도 올레드 쓰임이 활발해질 걸로 예상하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 차량보다 무거워 주행거리면에서 불리하다. 올레드는 부품 무게를 줄이고 소비전력을 낮추는 소재로 합격점을 받고 있다. 실제 아우디 전기차인 ‘e트론'에 삼성디스플레이 올레드가 쓰였다. 또한 액체인 LCD는 기후영향을 받아 끌림 등 위험요소가 있는 반면에 올레드는 고체라 위험이 적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