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낸 청년‧국회의원들 “탈모는 사회적 질병… 모퓰리즘 아니야”

용기 낸 청년‧국회의원들 “탈모는 사회적 질병… 모퓰리즘 아니야”

청년들 “탈모 치료에 2000만원 들어… 탈모, 통증 없지만 고통 커”
여성들은 ‘임신 이후’ 탈모 증상 호소
김원이 “30% 자부담 기준 700억원 소요 예상”

기사승인 2022-01-05 19:19:05
더불어민주당 다이너마이트 선대위가 5일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블루소다에서 열린 청년 탈모인 초청 간담회에서 영상으로 보내온 탈모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최기창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탈모인의 어려움과 관련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탈모’가 사회적 질병임을 강조하며 국가의 치료 지원을 호소했다. 

민주당 다이너마이트 선대위는 5일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블루소다에서 청년 탈모인 초청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다이너마이트 선대위 관계자와 탈모 청년들, 김원이‧박주민‧전용기 민주당 의원 등이 함께했다. 

앞서 이재명 후보는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을 언급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민주당은 지난 4일 유튜브 채널 재명이네 소극장을 통해 15초 분량의 ‘이재명을 심는다’ 영상을 공개했고 이후 디시인사이드 탈모갤러리를 비롯한 여러 커뮤니티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 후보는 청년선거대책위원회의 ‘리스너 프로젝트’를 통해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아이디어를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후보는 “소확행 공약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후 해당 유튜브와 방송 인터뷰를 통해 이를 공식화했다. 

아직 민주당은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을 ‘소확행’ 공약으로 선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이 후보는 이날도 해당 공약 추진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린 국가비전·국민통합위원회 광주비전회의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결국은 신체의 완전성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가치”라며 “재정적 부담 때문에 건보료를 다 납부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탈모 관련 지원을 안 해준 게 지금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탈모인의 어려움과 고민을 폭넓게 나눴다. 이들은 탈모 치료가 미용을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또한 참석자들은 자신의 상황과 과거 치료 내역, 비용 등을 가감 없이 공개한 뒤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을 포함한 다양한 탈모 관련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탈모 관련 통계 자료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최기창 기자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중 대표적인 탈모인인 김원이 의원은 “개인적인 병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질병이다. 스트레스와 소외감으로 인해 사회적 관계에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또한 “탈모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많이 늘어난다는 것은 통계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해야 하는 시기에 탈모라는 질병 때문에 고통을 받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여성 참가자는 임신으로 인해 오는 탈모를 꺼냈다. 한 참가자는 “황비홍이라고 놀림을 받았다”며 “출산한 이후에 (나처럼) 탈모를 겪는 여성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 참석자 역시 “출산 이후 탈모는 여성에게 무조건 온다. 근데 이게 생리불순과 함께 오니 여성은 더욱 부담”이라고 공개했다. 또한 “원형탈모는 한 번에 끝나는 질환이 아니다. 당사자로서는 끈임 없는 고통과 자존감의 하락에 놓인다”고 돌아봤다. 

다른 청년들도 마찬가지였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탈모가 왔다는 한 참가자는 “(탈모치료에) 약 2000만원 정도 지불했다”며 “10대 때는 솔직히 너무 힘들었다. 청소년만이라도 탈모 치료를 지원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년 역시 “탈모의 치료 기간은 몇회가 아닌 몇 해”라며 “치료를 받으면서 엄청난 자괴감이 들었다. 미혼인 탓에 인생을 포기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떠올렸다. 

이들은 민주당이 꺼낸 ‘탈모 치료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충분히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이른바 ‘모퓰리즘(毛+포퓰리즘)’이 아니라는 의미다.

김 의원은 건강보험료로 충분히 부담 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1년 동안 프로페시아 등 탈모 치료 시장의 매출은 1100억원이다. 샴푸와 의료기기 건강식품 등 탈모케어제품 시장은 약 4조원”이라며 “자부담을 30%로 둘 경우 정부가 770억원 정도를 지원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한 간담회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과거 치매나 스케일링 등은 건강보험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회적 비용이 크다는 판단이 있었고 이제는 국가가 지원하는 것이 사회적인 부담을 줄여준다는 합의가 된 상황”이라며 “그 정도(770억원) 부담은 대한민국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 청년 참가자도 행사 이후 “탈모라는 근본 원인을 치료하면 되는 문제”라며 “(탈모인을 위한) 취업 지원 등 기타 정책보다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이동학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쿠키뉴스에 “탈모 치료 지원 관련 이슈가 이렇게 뜨거울지 몰랐다. 리스너 프로젝트를 통해서 그동안 존재하지만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찾아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순수한 목적과 동기였는데 공감을 많이 받았다”며 “쟁점들이 있어 면밀히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최기창 기자 mobyd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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