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맞아도 아이는 꺼려져” 고민 커진 학부모[놀이터통신]

“난 맞아도 아이는 꺼려져” 고민 커진 학부모[놀이터통신]

학원 등 방역패스 효력정지
판결 나올 때까지 접종 연기·취소 움직임
교육부, 청소년 백신 접종률 제고 고심

기사승인 2022-01-10 05:00:02
고3 수험생이 지난해 7월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10대 소아·청소년을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 요즘 가장 핫한 화젯거리는 코로나19 백신과 청소년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다. 오는 3월로 예정된 청소년 방역패스를 앞두고 법원이 집행정지 인용을 결정하면서 방역패스를 대비하던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접종해야 할지, 일단 지켜봐야 할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고민이 길어질수록 소아·청소년 백신 참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7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률은 83.5%, 18세 이상 접종률은 94.1%다. 청소년 접종률은 이에 한참 못 미친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6일 0시 기준 만 13~18세의 경우 접종 대상자 중 54.0%만이 2차 접종을 완료했다. 고교생(16~18세) 2차 접종은 69.9%로 70%에 육박하지만, 초·중학생(13~15세) 2차 접종률은 38.6%로 성인, 고교생 접종률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부모 세대는 90%를 웃도는 백신 접종률을 기록했지만 아이 세대는 이를 이 수치를 쉽게 따라가지 못한다. 왜 그럴까. 아이의 백신 접종을 아직 결정하지 못하거나 거부 의사를 밝힌 학부모들은 "부모는 맞아도 아이는 접종이 꺼려진다"고 입을 모은다. 청소년 방역패스 때문에 접종의 문턱에서 고민하고는 있지만, 이보다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는 것이다.  

먼저 지난해와 달라진 백신 접종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 해가 바뀌면서 올해 생일이 지나 만 12세가 되는 2010년생들은 백신 접종 대상자로 포함됐다. 새롭게 아이의 접종을 고민해야 할 이들이 늘어난 셈이다. 새로 접종 대상이 된 만큼 오는 3월부터 시행되는 청소년 방역패스 대상(만 12~17세, 2005년~2010년생)에서는 제외됐다.

반면 2005년생부터 2009년생까지는 방역패스 대상에 포함돼 유효기간과 무관하게 2차 접종까지 완료해야 식당·카페,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등 방역패스 적용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고2에서 올해 고3(만 18세)이 된 2004년생은 3차 접종 대상자가 돼 성인처럼 '방역패스 6개월'의 유효기간도 적용됐다.  

방역 패스(접종증명·음성 확인제)로 인해 이용객들이 QR체크를 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그러자 일각에서는 청소년 방역패스가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연일 청와대 국민청원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백신 이상 반응을 호소하는 내용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최근 백신 접종을 독려하던 의료진이 알레르기 부작용으로 1차 접종만 한 미접종자란 사실까지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백신 접종과 방역패스를 반대하는 이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4일 법원은 교육시설 방역패스 적용을 막아달라는 학부모 단체들의 집행정치 신청을 인용했다. 교육시설 방역패스로 인해 미접종자의 학습권, 자기결정권이 침해당하는 반면 공공복지를 위해 방역패스를 반드시 유지해야만 하는지에 대해선 확신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이에 따라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에 대한 방역패스 의무 적용은 본안 판결 때까지 효력이 정지됐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즉시항고했다.  

법원의 결정으로 학부모들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법원의 확정 판결까지 최소 수주 내지 수개월이 걸릴 수 있지만, 만약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주면 3월부터 방역패스는 계획대로 시행된다. 

내년 2월까지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하고 면역 형성 기간(2주)까지 고려해 역산하면 당장 이달 24일까지 1차 접종을 해야만 한다.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이 물거품이 될지, 이어질지 모르는 혼란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2010년생 자녀를 둔 최모씨는 "안전과 외부 활동을 생각하면 (백신을) 접종하는게 좋을 것 같긴 한데 부작용이 걱정돼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겠다"며 "결정이 쉽지 않아 (백신과 관련해) 나오는 상황들을 주시하며 눈치게임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초등 6학년생인 정모양은 "부모님은 백신 접종을 했는데 아직 제가 접종해야 할지는 결정하지 못하셨다"고 말했다. 친구 김모양은 "처음에는 학원을 못 간다고 해서 접종을 할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부작용 뉴스도 무섭고 학원도 갈 수 있다고 하니 맞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학생학부모인권보호연대 등이 지난해 12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백신 패스 효력 정지 가처분 및 헌법소원 제기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학부모들의 고민을 깊어지게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겨울방학으로 외부 활동이 줄어든 상황에서 소아·청소년 확진자수도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일 0시 기준 코로나19 소아·청소년 확진자 수는 371명으로 지난해 30일(740명)과 비교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여기에 법원의 결정까지 더해지자 청소년 백신 접종에 회의적이었던 일부 학부모들의 반감은 더 커졌다. 

접종 완료자인 주부 백모씨는 "방학이라 아이가 대부분 집에 있는데다 날씨가 추워 밖에도 잘 나가지 않는데 맞춰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 "백신 접종 후에 이상 반응이 있어도 인과성이 인정돼야 하는데 쉽지 않은데다 부작용 뉴스가 계속 나오는데 누가 아이한테 맞추고 싶겠나. 부작용이 아주 소수에게 벌어지는 일이라도 내 아이에게 발견되면 100% 문제 아닌가. 접종하기 싫다는 아이에게 접종을 권할 명분도 없다"라고 했다. 

중학교 1학년, 초등 6학년 자녀를 둔 천모씨는 "첫째 아이가 백신 2차 접종 후 부작용이 와서 한참 고생했다"며 "저도 백신 맞고 일주일을 아파서 둘째 아이는 접종하고 싶지 않다. 언젠가는 맞추긴 해야겠지만 천천히 상황을 지켜보고 싶다"고 말했다. 

법원의 방역패스 효력 정지 결정이 나온 이후 학부모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백신 접종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학부모는 맘카페에 "방역패스 때문에 학원을 보내야 하니 부랴부랴 1차를 맞췄다"며 "2차는 예약했지만 미룰 계획이다. 더 상황을 보고 결정하려 한다"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도 "아이 2차 접종은 취소했다. 굳이 일찍 맞았다가 3차도 빨리 맞게 될지도 모르니 좀 더 상황을 지켜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최근 소아·청소년 접종률은 주춤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6일 0시 기준 만 13~18세 1차 백신 접종률은 76.2%이다. 법원의 결정이 내린 지난 4일 1차 접종률(75.6%)과 비교해 0.6%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28일 0시 기준 1차 접종률은 71.1%, 이틀 뒤인 30일 1차 접종률은 73.0%이었다. 12월28~30일까지 1.9%포인트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이번주 접종률은 3분의 1수준으로 꺾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방학 동안 백신 접종을 독려하던 정부의 고심도 깊어졌다. 교육부는 3학기 정상등교를 위해 청소년 백신 접종률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다. 교육부는 백신 접종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 이달 중 청소년 백신 접종 이상 반응 시 의료비를 실비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윤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5일 신년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법원 결정과 관계없이 학생·학부모에게 백신접종을 독려하겠다"며 "접종률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방역인력 지원, 방역수칙 보완 등 종합적인 방안들을 마련해 3월 새 학기 정상등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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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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