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생존율은 몇 퍼센트(%)일까. 2015년 기준 전체 벤처 기업 대비 기업공개(IPO) 비율은 0.2%다. 10곳 중 1곳이 될까 말까 한 수준이다. 생존율은 사실상 바닥 수준이다. 이번 CES를 빛낸 이들도 사정은 같았다.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스타트업)은 커녕 하루하루 연명하기 급급한 처지다. 스타트업은 초기 자금이 부족해 투자나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모두에게 ‘열린 문’은 아니다.
“돌아온 건 냉소…여전히 벽 높아”
서울시 지원을 받아 CES 무대에 선 콘텐츠 기업 대표 A 씨는 고충을 털어놨다. 아이디어를 들고 심사를 받으러 가면 돌아오는 건 ‘냉소’뿐이었단다. 그는 “만화, 콘텐츠(스타트업)는 (지원받기) 굉장히 어렵다”며 “무엇보다 (그들을) 설득하는 게 힘들다”고 호소했다.
웹툰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그에게 웹툰을 모르는 심사위원을 설득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웹툰이 흥행하면서 한동안 외면했던 기업설명회(IR)도 나가는 중이란다. 웹툰을 비롯한 ‘콘텐츠’는 비대면 사회와 맞물려 최근에서야 빛을 본 산업 중 하나다. 마지막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는 A 씨는 “무조건 냉소였는데 지금은 거들떠보는 수준”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대표 B 씨는 정부 지원 문제점을 꼬집었다. 지원금 사용처가 좁고 증빙할 게 많아 오히려 방해된다는 것. B 씨는 “정부 지원은 사실 사업엔 크게 도움이 안 된다”며 “증빙해야 할 게 너무 많고 정해진 용도에 맞게만 써야한다”고 지적했다.
B 씨는 속내도 털어놨다. 초기 기업으로서 사업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이다. 그는 지금 회사를 창업하기 전 실패를 맛 본 바 있다. 그는 “국제행사에서 상을 받고 투자를 받는 것과 시장에서 평가 받는 건 완전히 별개”라며 “상을 받아 기분은 좋지만 내심 불안하다”고 밝혔다.
실질적인 지원 필요
한 시장 조사업체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스타트업 투자액이 역대 최대인 6210억 달러(우리 돈 약 738조원)에 이른다. 한국이 속한 아시아지역 스타트업은 지난해 1만2485건의 투자를 유치해 자금조달 건수 면에서 아시아가 미국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런 투자와 별개로 업계가 발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 마련과 규제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중 하나로 오는 20~27일 창업기업 서비스 이용권 사업 참여 기업을 모집한다. 전문 인력이 부족한 초기 청년 창업기업 경영안정을 위해 세무·회계 및 기술임치 등에 드는 비용을 연간 100만원까지 바우처 방식으로 지원한다. 대상은 창업 3년 이내, 대표자가 39세 이하인 기업 1만1000여곳이다.
다가올 새 정부도 규제완화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규제 방향을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대선 후보들이 많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스타트업 지원 공약으로 ‘원스톱 지원제도’를 제안했다. 민원을 받은 공무원이 최종 문제까지 해결하도록 효율성을 높이는 구조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빅데이터·인공지능(AI)을 활용해 규제를 해석·처리하는 원스톱 규제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