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절박한 심정으로 국민들 앞에 섰다. 그는 과오에 대해 읍소하며 자신의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자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첫 일정부터 ‘큰절’을 올리며 시작했다. 그는 24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 포은아트홀에서 진행된 경기도 공약 발표 전 “민주당이 그동안 많이 부족했다. 앞으로 더 잘하겠다는 말씀을 겸해서 인사를 드릴까 한다”며 경기도를 지역구로 둔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단상 아래로 내려와 큰절을 했다.
그동안 민주당이 잘못했다며 반성했다. 그는 “우리 민주당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기대하는 바에 미치지 못한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국민들이 ‘내로남불’이라는 이름으로 민주당을 질책하기도 했다. 저는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앞으로 더 잘하겠다는 다짐으로 신년 맞이해 예정에 없이 큰절을 드렸다. 저희들의 선의와 진심을 받아들여 주시길 간곡히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가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자 시장으로 일했던 ‘정치적 고향’ 성남시를 찾아서는 눈물도 보였다. 그는 성남시 상대원시장에서 진행된 즉석연설에서 “이곳이 이재명과 그 가족들이 생계를 유지했던 곳”이라며 “이 자리까지 왔지만 상처가 너무 많다”며 어두운 가족사를 설명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했을 정도라고 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젊은이들이 가장 자살을 많이 하는 나라가 한국이라고 해서 생각해봤다. 저는 너무 어렵게 (살았다.) 공장에서 다쳐 팔이 장애가 돼서 앞날이 캄캄해서 저도 다른 선택 생각해보고 실행해본 적이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형수 욕설’ 논란을 언급하며 울먹거리기도 했다. 이 후보는 친형인 고(故) 이재선 씨에게 욕설을 한 것이 시정 개입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친형이 어머니를 협박해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욕설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욕한 것 잘못했다. 공직자로서 욕하지 말고 똑같이 참았어야 됐다”며 “여러분께서 폭언‧비난하더라도 최소한 형제들이 시정 개입을 못 하도록 공정하게 하려고 노력했던 것을 조금만 살펴달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호소했다.
이 자리에는 이낙연 전 대표도 함께했다. 당내 경선 당시 갈등을 겪었던 이 전 대표가 지원사격을 함으로써 ‘원팀’ 기조를 다시 한 번 강조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이낙연 전 대표님.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라며 이 전 대표를 끌어안았다. 이 전 대표도 이 후보를 ‘동지’라고 칭하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 전 대표는 “우리 이 후보를 틀림 없이 지지해 달라는 부탁드리고자 왔다. 이재명 동지의 승리는 민주당의 승리고, 그건 우리 모두의 승리”라며 치켜세웠다.
이 후보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빠지자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변화와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당내 주류를 형성해온 ‘586 용퇴론’이 불거지는가 하면 이 후보 측근 그룹인 이른바 ‘7인회’가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인적 쇄신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한편 이 후보 지지율은 윤 후보에게 뒤처지고 있다. 24일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16일~2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30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후보는 36.8%, 윤 후보는 42.0%로 집계됐다. 두 후보의 지지율 차이는 5.2%p로 오차범위(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8%p) 밖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고하면 된다.
경기=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