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업계가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온라인 영상물 자율등급제 도입을 주장했다. 자율등급제란 창작자가 콘텐츠 등급을 스스로 정하는 제도다.
현행법상 모든 영상물 콘텐츠는 사전에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등급분류를 받은 뒤 유통된다. 콘텐츠 1회분을 심사하는 데 최대 2주가 소요되는데 이 경우 서비스 적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가 도입되면 콘텐츠 유통 기간이 줄어 소비자에게 더 나은 편익을 줄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는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왓챠 사옥에서 열린 ‘미디어ICT특별위원회-국내OTT업계 정책간담회’에서 “콘텐츠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자율등급으로 서비스 적시성을 화복하고 싶은 게 가장 큰 욕구”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또 국내 OTT 해외진출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으로 언어장벽을 꼽았다.
양지을 티빙 대표는 “어떻게 하면 많은 콘텐츠에 투자하고 적시에 많은 고객에게 전달할 지를 고민 한다”며 “자막, 번역 등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해도 위험부담이 크다”고 호소했다. 이어 “지원이 없이 더 잘해야겠지만 세금감면 등 혜택이 있다면 (업계 종사자로서) 새해엔 더 잘 될 거란 기대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박태훈 왓챠 대표는 “K콘텐츠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려면 글로벌화가 필수적”이라며 “한국은 굉장히 수준 높은 콘텐츠 기반을 갖추고 있고 ICT 경쟁력 있어서 정책지원이 있으면 강력한 플랫폼이 나오리라고 믿는다”고 운을 뗐다.
이어 “현 정책이 대부분 제작지원 중심이고 중소 콘텐츠 위주라면 앞으론 유통과 플랫폼으로 확대돼야한다”며 “플랫폼을 육성해서 소비 생태계가 커지면 플랫폼 회사들은 K콘텐츠에 더 투자할 수밖에 없고 그게 가장 직접적인 콘텐츠 재투자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정책 ‘칸막이’도 지적했다. 영화나 방송, 웹툰 등으로 쪼개서 지원이 이뤄지기 때문에 소규모 IP(지식재산권)에만 혜택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 박 대표는 “시장 판도를 바꾸려면 큰 콘텐츠에 투자할 수 있어야한다”며 “국내 차기 성장 동력인 OTT에서 데카콘이 나오도록 정부가 신경써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망 사용료 논란에 관해선 “망 사용료는 OTT가 가장 큰 영향 받지만 디지털로 전환하려는 모든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문제”라며 “이번 공약 뿐만 아니라 이후 국회도 챙겨줄 이슈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필모 미디어ICT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도 자율등급제에 도입에 동의했다.
정 위원장은 “선진국이라지만 위원회 분류과정을 거쳐 등급을 매기는 건 과거 관습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자율등급제를 도입할 만큼 (업계가) 성숙했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플랫폼과 콘텐츠를 키우는 건 규모의 경제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투자가 대규모로 이뤄지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한국은 콘텐츠 하청기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어 “장벽을 허물어 인수합병을 자유롭게 해서 규모를 키우는 정책방향을 설득하려한다고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망 중립성에 관해선 “국제 기준이 마련돼야한다. EU(유럽연합) 차원에서는 논의가 되는데 미국이나 기타국가는 못 미치는 거 같다”며 “우리가 선도국가라면 적극 나서야한다”고도 말했다.
윤영찬 공동위원장은 구독 증가가 콘텐츠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 업계 단합을 언급했다.
윤 위원장은 “비싸게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유통창구가 부족해 수익은 안 생기고 투자 부담은 커지는 초기 단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콘텐츠를 만든 플랫폼 한 곳만 고집하기보다는 OTT 사업자 간 합종연횡도 고민해야한다”라며 “사업이 일정 규모에 오르기 전까지 ‘우리’끼리라도 콘텐츠 돌려서 소비자 만족도 높이는 방향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OTT 플레이어가 규모를 키우기 위한 여러 전략을 다양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기술력을 갖춘 기업 간 협업이 필요하다고 보이고 상생구조를 짜서 수익을 배분하는 사업구조도 모색해 봐야하지 않나 생각 한다”고 언급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