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집값 부담감과 대출규제, 세 부담 증가에 주택 거래량이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대선주자들의 규제완화 공약을 지켜보며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얼어붙은 시장에 본격적인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본다.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5만3774건으로 11월(6만7159건) 보다 19.9% 감소했다. 2020년 12월(14만281건)과 비교하면 61.7% 급감한 수준이다. 지난해 연간 주택 누적 매매거래량도 101만5171건으로 2020년(127만9305건) 보다 20.6% 줄어들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2만1573건을 기록해 11월 보다 18.2%, 1년 전보다 65.9% 감소했다. 지방은 3만2201건으로 11월 보다 21.1%, 1년 전보다 58.2% 줄었다. 유형별로는 아파트 거래 감소폭이 크게 나타났다. 12월 아파트 매매거래는 3만484건으로 11월 보다 25.9%, 지난해 12월 보다 71.2% 급감했다. 아파트 외 주택 매매거래도 줄기는 마찬가지다. 12월 아파트 외 주택 매매거래는 2만3290건으로 11월 보다 10.5%, 1년 전보다 32.0% 줄었다
국토부는 주택 거래감소의 원인으로 주택가격 고점 인식, 부동산 관련 세 부담 증가, 대출 규제 등을 꼽았다. 주택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해 매수자가 섣불리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규제 확대 시행과 금리 인상으로 주택 매수에 대한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여기에 높아진 양도세 부담에 매도자 역시 집을 파는데 부담을 느끼기는 매한가지다.
시장에서는 대선을 기점으로 줄어든 주택 거래가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대선후보들이 거래 활성화를 위한 대출 규제 및 세 부담 완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영향이다. 윤석열 후보는 3일 대선후보 토론에서 “내 집이든 전셋집이든 일단 집을 구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제도들을 제거해야겠다. 먼저 대출 규제를 완화해 집을 살 때 대출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대차3법의 개정과 재산세 및 종부세 통합도 약속했다.
이재명 후보도 앞서 대출 규제와 관련해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최대 90%까지 완화하되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차등 적용하겠다”면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한해서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종부세 및 재산세를 완화하는 데 동의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개업공인중개사는 “지금 대출 규제에 집을 사려는 사람도, 높아진 세금에 집을 팔려는 사람도 찾기 어렵다”며 “이재명이나 윤석열 후보 모두 규제 완화를 약속한 만큼 대선 이후에는 상황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출규제와 양도세 중과 변화를 중심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시장에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매수주체는 대출규제 완화, 매도주체는 양도세 중과 완화하는 부분에 따라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5월에 새 정부가 출범하고 지방선거가 끝나면 하반기부터 시장에 변화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전월세시장도 거래량의 주요 변수로 꼽았다. 그는 “금리인상 이슈가 매수하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전월세 대출 이자 부담 늘어나 전월세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전월세 이자부담이 늘어나면 세입자의 선택지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물론 매매가격에 대한 부담이 높지만 서울 거주자가 경기나 인천으로 갈아타는 수요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난해 ‘패닉 바잉(공황 매수)’과 같이 ‘패닉 셀링(공황 매도)’ 현상이 나타날 경우 거래량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익명의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대선 공약이나 전월세계약 갱신 청구권 소멸 등을 고려하면 거래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집값 하락이 과도해 매도자들이 서로 매물을 쏟아내게 되면 시장이 잠겨버릴 수 있다”며 “패닉 셀링이 확대되면 거래량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