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주택청약과 관련한 문제에 또다시 ‘오답’을 말했다. 지난해 9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토론에서 “집이 없어 청약에 가입하지 못했다”고 말해 논란이 인지 약 4개월만에 실수가 반복됐다.
“청약점수 만점이 몇 점인지 아십니까?”
윤 후보는 지난 3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 공개홀에서 열린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합동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청약 만점 점수를 묻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질문에 “40점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안 후보는 곧바로 “84점인데요”라고 지적했고, 윤 후보는 “아 참, 84점…”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어진 문제에서도 윤 후보는 ‘오답’을 말했다. 안 후보는 “그 중에서 3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고 점수가 64점이다. 이것도 30대가 만점을 받으려면 20살이 되자마자 청약저축을 할 때 가능한 점수”라며 “작년 서울지역 청약 커트라인이 어느 정도인지 아는가”라고 질문했다. 윤 후보는 “거의 만점이 되어서야”라고 말을 흐렸고, 안 후보는 또다시 “62.6점”이라고 발언을 수정해줬다.
안 후보는 윤 후보의 ‘군복무 주택청약 가산점’ 공약을 문제로 지적하기 위해 이같은 주택청약 상식 문제를 냈다. 안 후보는 “군필자에게 청약점수 5점을 더 주더라도 5점을 더 받아서 청약이 안 될 사람이 당선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청약가점 5점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윤 후보는 “국방정책의 일환으로 군필자에게 어떤 보상과 혜택을 주는 차원”이라고 반박했다.
‘주택 청약’과 관련한 윤 후보의 말실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 후보는 지난해 9월 23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방송토론에서 유승민 전 의원이 ‘직접 주택청약 (통장) 같은 것을 만들어 본 적 있는가’라고 묻자 “집이 없어서 만들어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유 전 의원은 “집이 없으면 오히려 만들어야한다”고 꼬집었고, 윤 후보는 재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만 했다. 해당 발언도 윤 후보의 ‘군필자 주택공약 가선점’을 꼬집는 상황에서 나온 질문이다.
당시 유 전 의원 캠프에선 윤 후보의 ‘무지’를 강하게 질타했다. 유 전 의원 캠프 권성주 대변인은 논평애서 “주택청약 통장 목적도 모르는 후보가 ‘군 복무 주택청약 가점’ 공약을 직접 만들었다니 지나가던 초등학생도 웃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실수에서도 유사한 비판이 이어졌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청약제도의 기본도 혼동하는 윤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사상누각과 같다”며 “지난해 9월 논란에서 몇 달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제도의 기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국민은 다시 한 번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尹 측 해명은… “경험하지 못한 영역”
반복된 실수에 해명도 반복됐다. 지난해 9월 논란 직후 캠프 측은 “30대 중반에 직업을 가졌고 부모님 댁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었던 데다 결혼도 50세가 넘어서 했기 때문에 주택청약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직업상 여러 지역으로 빈번히 이사를 다녀야 했던 것도 신경 쓰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그런 취지를 말씀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주택 청약 통장’에 가입할 여건이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해명하는 과정에서 ‘망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윤 후보는 청약통장 논란 닷새 후 유튜브 채널 ‘석열이형TV’에 출연해 “청약통장을 모르면 거의 치매환자”라고 말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도 같은 해명이 나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토론회 다음날인 4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전화인터뷰에서 “윤 후보가 주택문제에 있어선 다른 분들과 좀 다른 삶의 경험을 가졌다고 보면 될 것 같다”며 “독신 상태에서 검찰 공무원을 하다보면서 관사를 돌았고, 주택 마련에 대해 늦게 인식한 게 있었다”고 했다.
또 “주택마련에 대해 다른 분들보다 늦게 인식을 했다고 파악이 된다. 결혼 후 주택도 배우자가 가져왔다보니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이라며 “토론으로 두 번 정도 이런 일이 생겼으니까 우리 후보가 누구보다 청약통장 제도에 대해선, 청약 점수 제도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세심하게 챙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