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김모씨(38)는 최근 성인·어린이용 해열제와 기침·콧물약, 쌍화탕, 자가진단키트를 약국과 인터넷 등에서 한꺼번에 구입했다. '코로나 상비약'으로 불리며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약품들이다.
김씨는 "주변 코로나 확진 사례가 늘고 있어 불안한 마음에 상비약을 준비했다"며 "확진되면 재택치료를 해야 하니 걱정이 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족들 약을 많이 사뒀다"고 했다.
7일 오전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는 3만5286명 늘어 누적 104만4963명이라고 밝혔다. 사흘째 3만명대다.
확진자가 늘어난만큼 재택치료 중인 환자수도 늘었다. 이날 오전 0시 기준 신규 재택치료 배정 환자는 2만9926명 추가돼 총 14만6445명이 재택치료를 받고 있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김씨처럼 자가진단키트와 코로나 상비약을 미리 챙기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고위험군이 아니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을 수 없게 된데다 앞으론 재택치료 관리도 집중관리군 중심으로 개편되기 때문이다. 집중관리군은 60세 이상, 먹는 치료제 처방 대상인 50세 이상 기저질환자, 면역저하자 등이다.
무증상, 경증 환자에 속하는 일반관리군의 경우 정기 모니터링을 없어지고 필요시 비대면 진료나 상담을 받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로나 확진을 우려하는 시민들은 일단 비상약과 자가진단키트부터 챙기는 모습이다. 코로나 상비약으로 정해진 건 없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해열제나 종합감기약, 지사제, 소화제, 인후 스프레이 등이 상비약으로 통한다.
당국이 제공하는 재택치료 키트 구성품에 종합 감기약, 해열제 등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매가 가능한 약품이 포함된 점도 시민들이 약국 쇼핑에 나서게 된 이유다.
전날 완치돼 격리 해제된 이모씨(33)는 "확진되고 다음날 약을 받았는데 일반 종합감기약이었어서 당황했다. (함께 확진된 아기도) 약국에서 파는 해열제와 종합감기약이었다"며 "그나마 저는 확진자가 폭증하기 이전인 설 전에 확진 돼 관리가 되는 편이었으나 설 이후 확진된 주변 지인들은 당국 안내 연락도 늦고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온라인에도 재택치료를 경험한 이들의 후기가 잇따르고 있다. 발현 증상이나 코세척기·네블라이저 등 치료 과정에서 도움이 된 의료기기를 조언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맘카페와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동네 약국에서 판매 중인 코로나 상비약 사진이나 약품 목록을 공유하는 게시물도 쏟아지고 있다.
주부 유모씨(40)는 "가뜩이나 호흡기 질환이 많이 생기는 겨울철인데 코로나와 증상이 비슷하다고 하니 걱정"이라며 "확진자가 많은 만큼 미열, 콧물 등 가벼운 증상일 때 동네병원 가기도 무섭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어 상비약을 미리 사두려는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 안양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씨는 "이전에 비해 코로나 상비약을 찾는 분들이 많아졌다"며 "요즘 재택치료를 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난데다 약 수급도 느리다는 이야기 때문에 비상약을 준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상비약을 구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래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반드시 의료진의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재택치료의 일반관리군 환자도 이상이 있을 경우 동네병원에서 바로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